삼성전자가 1983년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메모리반도체 ‘공식 감산’을 실시한다.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에 이어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까지 감산을 선언하면서 향후 반도체 업황 반등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별도의 설명 자료를 내고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날 구체적인 감산 목표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D램 반도체인 DDR4를 중심으로 기존의 ‘자연적 감산’에 더해 생산 물량이 10~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초로 공식 감산을 선언한 배경에는 실적과 재고 확보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1분기(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0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에 미치지 못한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이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따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DS) 부문에서 4조 원 안팎의 적자가 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3의 판매 호조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MX) 부문이 3조 원 중반대 흑자를 기록해 DS 부문의 적자를 상당 부분 만회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실적이 악화돼 감산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최신 D램 제품인 DDR5로 주력 제품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품의 공급량을 확보해두려는 전략적 목표가 조기에 달성된 것”이라며 “단기 생산 계획은 햐향 조정했지만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990년대 이후 삼성이 감산을 공식 인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향후 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감산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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