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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창업을 아시나요”…해고된 IT직원 창업열풍 [정혜진 특파원의 실리콘밸리 산책]

퇴직금 기반으로 회사 차리기

데이원벤처스 '낫 파이어드'

20개 기업에 10만弗씩 투자

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메타 본사 건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팰로앨토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 복도를 지나자 책상 두세 개가 있는 작은 규모의 사무실들이 전면의 통유리 너머로 보였다. 저마다 인공지능(AI)이 들어간 회사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샌프란시스코 근처 산마테오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위워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에 입주한 한 한국계 창업자는 “한쪽에서는 테크 업계의 레이오프(해고) 소식이 들려오고 다른 쪽에서는 AI 스타트업들이 새로 입주하는 다이내믹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생성형AI 붐과 함께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실리콘밸리를 휩쓸고 있다. 기존의 창업 열풍과 다르게 이번 흐름에는 ‘보복창업(Revenge Startups)’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테크 업계가 올 들어 16만 명 이상을 해고하고 스타트업도 몸집을 대폭 줄이는 가운데 테크 기업 경력을 가진 이들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 대량 해고로 최대 1년치의 월급과 건강보험을 보장받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창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투자자이자 팟캐스트 크리에이터인 제이슨 칼라카니스는 구글이 대량 해고 방침을 발표했을 때 “이제 창업할 때가 왔다”며 “거대한 퇴직금 패키지가 있으니 밑져야 본전”이라고 창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또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벤처캐피털(VC) 데이원벤처스는 지난해 말 '낫파이어드' 펀딩을 출범시키면서 최소한 창업 멤버 중 한 명이라도 해고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20개 기업에 1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의 해고 경험이 있는 마샤 부처 데이원벤처스 최고경영자(CEO)는 "해고는 내 인생에 일어난 가장 좋았던 일"이라며 "전업 창업가가 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펀딩에는 지원자만 1200여 명이 몰렸다. 이달 6일 진행된 실리콘밸리 최대 액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YC) 데모데이에도 빅테크 출신 창업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다만 이 같은 보복창업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웨슬리 챈 FPV캐피털 대표는 “어떤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창업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며 “창업 아이템이 뚜렷하지 않은 한 펀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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