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큰 규모의 흑자를 내는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징벌적 과세와 적극적 재정 확장 등 전 정부의 경제 운영을 두고서는 ‘비정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 경제부총리는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진행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금의 대중 적자가 고착화되는 추세라고 보지는 않지만 과거에 비해 흑자를 굉장히 많이 보는 시대는 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對)중국 무역적자 누적액은 50억 7310만 달러(약 6조 5950억 원)로 교역 상대국 중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중국 무역 수지는 556억 3600만 달러(약 72조 3268억 원) 흑자를 기록해 최대 교역 흑자 국가였다. 추 부총리는 “앞으로 중국 (산업구조) 자체가 중간재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 (국제 산업 무대에서) 경합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전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 “전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경제 운영이 기본에서 많이 일탈해 있었다”며 “한 해 4차례 추경을 하고 재정 증가율이 18~19% 늘어난 것은 정말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재정지출이 늘어도 이에 대한 경계심이라고 할까, 이런 것이 전혀 없이 당국자들은 ‘왜 돈을 쓰면 안 되냐, 뭐가 문제냐’ 는 식의 표현을 스스럼없이 했다”며 “이런 식의 운용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추 부총리는 “지금 경제 운영이 어려운 주요 이유가 하나는 대외 환경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이렇게 비정상에 놓인 지점에서 정책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풀어나가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값이 폭등해서 가계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났다”며 “부동산 대책도 본질과 관련 없는 징벌적 과세를 지나치게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정상화와 관련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10월에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국회에 보고할 것이라면서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각 정당이) 어떤 말을 하는 게 선거에 유리하겠냐는 시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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