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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자꾸 오르는데…'17년째 동결' 석유수입부과금 손질한다

■'정액'서 '정률'로 개편 검토

세수펑크 위기·유가 100弗 전망

수입부과금 '유가연동제' 만지작

산업부 부과금 개편 등 용역 발주

인상기엔 수입 늘어 '세수 숨통'

물가상승·소비자 반발 등은 변수


정부가 현재 정액제로 걷는 석유 수입 부과금을 정률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액제는 유가의 등락과 관계 없이 단위당 일정한 금액을, 정률제는 유가에 비례하는 금액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올 들어 ‘세수 펑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석유 수입 부과금을 유가와 연동하면 유가 상승기에 부과금 수입과 함께 출하 가격에 붙는 유류세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기름 값이 오르면 물가 부담이 커지는 게 변수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주한 ‘석유사업법상 부과금 및 행정 제재의 합리적 부과 수준 연구’ 용역에는 석유 수입 부과금 단가 산정 기준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석유 수입 부과금은 정유사 등 원유 수입·판매 업체에 부과되는 일종의 준조세로 현재 정부는 기업들이 원유·석유 제품을 수입할 때마다 가격과 상관없이 ℓ당 16원을 부과한다. 마찬가지로 발전용 천연가스에 톤당 3800원, 그 외 천연가스에 톤당 2만 4242원의 정액 부과금을 매긴다.

석유 수입 부과금 단가에 정률제를 적용하면 정부는 고유가 상황에서 더 많은 돈을 걷을 수 있다. 유가가 오르는 만큼 부과금 단가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올 들어 경기 침체로 법인세 등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유가가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은 정부의 석유 수입 부과금 정률제 변경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가뜩이나 최근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연합인 ‘OPEC+’가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한 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 지난달 배럴당 60달러대에 머물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근 80달러대를 돌파했다.
정부는 추가 세수가 절실한 입장이다. 더구나 석유 수입 부과금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특별회계(에특회계)는 2019년 2조 원대의 흑자를 내다가 지난해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 이후 환경부의 친환경차 보급 지원 사업 등으로 세출 사업 예산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예산안에 편성된 에특회계 순 세입은 2조 6340억 원으로 순 세출 5조 7360억 원 대비 적자가 예상된다”며 “안정적인 회계 운영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석유 수입 부과금의 정률제 적용 등으로 석유제품 생산 단가가 올라 출하 가격이 상승하면 정부의 유류세 수입도 증가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유류세 완화 조치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부과금이 올라 석유제품의 출하 가격이 상승하고 유류세까지 늘어나면 소비자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원유 가격의 3% 수준의 관세와 석유 수입 부과금, 정유사 유통 비용과 마진 등이 더해져 결정되기 때문에 석유 수입 부과금이 커지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5.2%에서 지난달 4.2%로 둔화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올 초 석유류 가격 하락세가 크게 작용했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세가 반영돼 석유류 가격이 다시 오를 경우 지난해와 같은 물가 급등세가 재연될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석유 수입 부과금 규모를 늘리면 정유사들에 사실상 추가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야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일종의 횡재세를 징수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유사가 고유가 시기 이익을 많이 내자 영국 등 일부 산유국이 시행 중인 횡재세를 원유를 수입·정제해 마진을 내는 국내 정유 업계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에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17년 동안 변화가 없던 제도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일 뿐 제도 개편과 관련해 정해진 방향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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