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전력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국가 기간망 건설을 민간에 풀어주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전기료 동결로 한전의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송전망 설비 투자 여력이 갈수록 위축되는 가운데 민간기업 참여를 통해 급증하고 있는 송배전 건설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감지된다.
16일 정부 부처 및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상반기 확정·발표할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에 2036년까지 필요한 투자 비용을 56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면서 부족한 재원을 민간에서 조달하는 방안까지 논의 선상에 올렸다. 사업 규모나 전력계통 운영상 시급성을 고려할 때 호남권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이른바 ‘서해안 전력 고속도로 사업’이 민간투자를 받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물밑에서 오가던 민간 자금 조달 시나리오가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송변전 설비투자에 나서야 할 한전이 천문학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14일 “정부는 전력망 투자를 최적화하는 한편 송변전 설비 건설이 적기에 이행될 수 있도록 그간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정책을 조만간 수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전은 13일 공개 세미나에서 "산업부와 ‘서해안 종축 해상 초고압 직류 송전망 사업’을 민간자본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중 하나인 고속도로도 민자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공용망 신설에도 민간이 기여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한전이 이전과 같이 송전 시설 운영·유지·보수를 도맡으며 전력계통 안정성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