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 업계가 최근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금융 당국에 외국환 업무 규제 완화와 조세 절차 간소화 등의 지원을 촉구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증권사 해외 법인의 대출 규제 장벽을 낮추고 사전 공모 행위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2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릴레이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서 “국내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려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자본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환 업무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사장은 특히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금융사를 인수합병(M&A)하는 데 연 5만 달러로 제한된 해외 송금 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화 자금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기 위해 외화 초단기 자금(콜) 시장 참여도 허용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김 사장은 “미래에셋그룹의 해외 법인 자기자본은 5조 4000억 원으로 전체 자기자본 17조 3000억 원의 31.2% 정도를 차지한다”면서 “해외에 나갈 때는 성과를 내기 쉬운 자산운용사가 먼저 진출해 고객을 확보한 뒤 대규모 자본·기반시설이 필요한 증권사는 나중에 자리를 잡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박태현 MBK파트너스 대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운용 전략과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회수 시장 규제 완화 등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아울러 해외 투자자에 대한 조세 절차 간소화, 부동산을 비롯한 양도소득법인세 신고를 쉽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는 이현우 신한투자증권 글로벌사업본부장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거론하며 “벤처캐피털(VC)과 투자은행(IB) 사업 등 다양한 투자 기회가 있다”며 국내 금융투자 회사들이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병희 한화자산운용 경영전략실장은 “해외 운용사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뿐 아니라 현지 회사 설립 전략도 중요하다”며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부사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중견 증권사를 인수해 자본을 확충하고 국내 정보기술(IT) 기반을 이식한다면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이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앞세우면서 증권사 해외 법인의 기업 대출 NCR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공언했다. NCR은 증권사들의 재무 건전성 지표로 위험값이 클수록 모험 투자가 어려워진다. 그는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해외 법인이 기업 대출을 하는 경우 NCR 위험값을 100%로 일률 적용해 해외 사업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앞으로 규정을 개정해 거래 상대방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화된 위험값(1.6~32.0%)을 적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국장은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도입 추진 의사를 밝힌 ‘코너스톤(주춧돌) 투자자 제도’를 두고 “국회가 조속히 입법을 논의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코너스톤 투자는 기관투자가가 IPO 예정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전 추후 결정될 가격으로 공모 주식 일부를 인수하도록 약정하는 제도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증권신고서 제출 전 모집·매출(50인 이상 청약 권유)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금융위는 5~6월에 ‘뉴노멀 대응 전략’ ‘투자자 수익·편익 제고 방안’ ‘금융투자 회사의 내부 역량 강화’ 등 세 차례 더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금융투자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며 “세미나에서 공유된 성공 전략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퀀텀점프를 위한 추진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