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라면 특허는 1963년 삼양공업주식회사에서 낸 ‘칙킨(chicken) 국수의 제조법’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됐다. 삼양은 해당 특허를 출원하고 같은 해 9월 국내 최초로 라면을 선보였다. 이후 라면은 반세기 넘게 한국인의 밥상을 지켜오며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다양한 기술과 특허가 개발됐다.
한국 라면의 시작은 ‘삼양라면’이다. 미군이 버린 음식을 이용해 ‘꿀꿀이죽’을 끓여먹을 정도로 가난하던 시절 전중윤 당시 삼양 회장은 일본에서 인스턴트 라면이 유행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묘조식품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매달리다시피 라면 기술을 배우고 정부를 설득해 자금을 지원받아 기계 2대를 들여왔다. 당시 묘조식품은 세계 최초로 라면을 발명한 닛신식품의 특허를 피해 라면에 수프를 별도로 첨가한 형태로 라면을 만들었는데 이게 삼양라면에도 그대로 적용되면서 한국식 라면으로 굳어졌다.
이후 라면은 한국인의 입맛 변화에 맞춰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됐다. 현재는 한방라면, 콜라겐라면, 인삼잎라면 등 조리법과 관련된 특허만 해도 650여 개에 이른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심은 17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 등록도 122건, 상표 등록은 2135건으로 가장 많은 지적재산권을 보유했다. 오뚜기는 특허 9건, 디자인 17건, 상표 884건을 보유했고 삼양식품은 특허 2건, 디자인 29건, 상표 374건이다.
‘칙킨 국수의 제조법’으로 출발한 초기 라면은 지금은 생소한 닭고기 육수로 만든 제품이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짜장면을 인스턴트화한 짜장 라면이 출시됐고 1980년대에는 올림픽을 계기로 컵라면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해외 진출도 이뤄지면서 본격적으로 라면이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는 ‘웰빙’ 트렌드에 맞춰 파·된장 등을 육수로 사용하거나 저칼로리, 튀기지 않은 면 등이 개발됐다. 2010년대는 프리미엄 라면, 흰 국물 라면의 등장과 함께 매운맛을 강조한 불맛 라면이 출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허권에 관한 분쟁도 잦아졌다. 2014년에는 ‘불닭볶음면’의 삼양식품이 팔도 ‘불낙볶음면’이 디자인을 따라했다며 소송을 걸었으나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달에는 일본의 닛신식품이 불닭볶음면을 베낀 컵라면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됐다. ‘도시락’ 컵라면으로 러시아에서 대히트를 친 팔도는 러시아 특허청에서 상표권 등록을 거부당하다가 최근 대법원서 승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존의 인기 제품을 활용한 특허와 상표권 개발이 한창이다. 재료를 조합해 자신만의 개성있는 조리법을 개발하는 소비자를 뜻하는 ‘모디슈머’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한 전략이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짜파구리 큰사발, 카레맛 너구리, 카구리 봉지면 등의 상표를 등록했다. 농심은 지난달 BTS 정국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불그리(불닭볶음면+너구리)’ 레시피를 올리자 급하게 상표 출원을 하기도 했다. 팔도는 기존의 비빔면의 양을 20%정도 늘린 팔도 비빔컵1.2를 한정 출시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