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와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의료 이용 증가로 건강보험 적립금이 2029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동산·인프라 대체투자가 예금·채권 투자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 급여 지출을 줄이거나 보험료 수입을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건보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체투자 운영 규모를 늘리는 등 수익률 제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지난해 대체투자 수익률은 6.6%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예금·채권 투자를 합한 전체 투자 수익률이 2.15%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괜찮은 성적표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단의 지난해 총투자 규모는 19조 5647억 원으로 이 가운데 대체투자는 4923억 원이었다.
공단이 대체투자를 운용한 것은 3년밖에 되지 않는다. 건보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건보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자 공단은 2019년 투자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금 운용 지침을 개정했다. 이후 공단은 주식형 펀드와 대체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대체투자가 시작된 2020년 전까지 공단은 안정적 급여 지출을 위해 예금·채권 등 무위험 상품에만 투자했다.
대체투자 첫해 121억 원을 투자했고 수익률은 마이너스 0.99%였다. 당시는 저조한 수익률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그러나 비판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 수익률은 바로 8.8%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휘청인 지난해에도 6.6%로 선방했다. 공단은 대체투자 규모를 2021년 2634억 원, 지난해 4923억 원으로 확대한 상황이다.
대체투자 수익률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적립금 투자 수익률 제고가 절실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보 재정 적자는 2024년 2조 6000억 원, 2026년 5조 원, 2028년 8조 9000억 원으로 커지는 반면 적립금은 2029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건보 혜택을 조정해 지출을 줄이거나 건보료를 올려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어느 쪽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수익률 제고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이 의원은 “공단은 원활한 급여 지급을 위해 안정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했고 저조한 수익률은 불가피했다”며 “하지만 고령화로 건보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전문 인력 충원을 통한 수익률 제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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