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부산시에 건설되는 스마트도시 국가 시범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민간사업자가 서비스 제공시 필요한 구축·운용비가 정부가 추계한 금액과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고 해당 사업의 공모 지침서에 국가 재정 투입을 명시하고 있어 자칫 또 다른 ‘재정 먹는 하마’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이 지나치게 비용 추계를 높인 것은 아닌지 사업 타당성 검증과 함께 재정지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세종과 부산시에서 추진되는 스마트도시 사업시행 합의서에 국토교통부가 1000억 원 내외의 국비 지원을 합의했다”며 “국회의 의결 없이 국가 재정 지원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적어도 ‘국회가 승인한 예산 내에서 국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유보조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세종과 부산 일원에 인공지능(AI)·데이터·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도시 구축을 목표로 민간·정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치했다. 즉 사업비가 부족할 경우 해당 SPC에 국비 재정 지원을 하도록 공모 지침서를 만든 셈이다. 예정처는 국가재정법상 정부가 사업 총액의 범위를 넘어서는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할 경우 미리 국회 의결을 얻어야 한다며 국회 의결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문제는 민간과 정부 간 도시 구축과 운영비 비용 추계의 간극이 커 사업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그 간극을 결국 국비로 채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실제 세종의 스마트도시 총 예상 사업비는 1조 4876억 원으로 공공 9500억 원, 민간 5376억 원이다. 이 가운데 국토부는 서비스로드맵상 도시 구축비와 운영비에 각각 713억 원, 497억 원을 책정했지만 민간 부문 사업자는 각각 2853억 원, 3315억 원을 제안했다. 정부와 민간의 구축비와 운영비 추계 격차가 각각 4배, 6.7배 차이나는 셈이다. 민간은 운영 기간 10년간 감가상각비까지 포함하면 서비스 제공 비용이 526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부산 스마트도시 추정 총사업비는 2조 2000억 원(공공 1조 4500억 원, 민간 7600억 원)이다. 이중 당초 국토부가 발표한 서비스로드맵상 구축비는 722억 원, 운영비 752억 원으로 구축과 운영 비용은 1474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반면 2021년 SPC 설립 추진 지원 용역에 따르면 구축비 763억 원, 운영비 1281억 원, 고도화비용 613억 원까지 포함해 2656억 원이 비용으로 책정돼 정부 안보다 1182억 원 높았다.
이처럼 비용 부담이 커지자 국토부와 LH가 민간 사업시행자를 선정했음에도 정작 지자체가 시행자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세종시는 자체 심사를 진행하고 있고 부산시도 올해 말까지 정부가 정한 민간 시행자를 확정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결정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는 민간사업 시행자가 서비스를 종료한 후에는 그 비용을 지자체가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사업 실집행률은 2020년 24.8%, 2021년 18.3%, 2022년 2.8% 등으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예정처는 “민간의 서비스 제공 비용이 과다 추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사업 지속 가능성을 위해 예산심의 과정에서 국가 시범 도시 구축과 운영 비용의 적정성을 검토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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