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되면서 한일 양국을 오가며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화력이 다소 떨어지면서 매출이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정상회담 결과가 국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칫 반일 감정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양국 해빙 무드가 완연해질 경우엔 기대 이상의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상품을 수입하거나 일본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식품·패션·뷰티 업체들은 오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12년 만에 복원된 한일 정상 셔틀 외교인 만큼 경제 협력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등 과거사 논의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은 외교 이벤트에 집중하고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아사히주류와 유니클로다. 두 기업은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 집중 표적이 돼 직격탄을 맞았고 최근에야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롯데아사히는 불매운동 전 매출이 1300억 원 대였으나 2020년 173억 원으로 바닥을 찍고 지난해 322억 원까지 반등했다. 지난 해 영업이익은 35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거품으로 생맥주 맛을 구현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 인기를 끌며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지난 1~2일 해당 상품은 총 50만 캔이 발주됐고, 이 중 76%의 물량이 이틀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이 80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해 '탑텐(7800억 원)'을 제치고 국내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78억 원에서 1347억 원으로 뛰었다. 이 기세를 몰아 유니클로는 부산 동래점을 확장 이전하고, 경주에 첫 매장을 내는 등 몸집을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 수입 의류업체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과거사 직접 사죄 등이 불발되면 불매운동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한국 패션·뷰티 기업들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현지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진출 초기 단계인 만큼 '혐한론' 등 일부 여론에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으로 수출한 화장품 금액은 7억5000만 달러로 207년(2억 4000만 달러)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무신사는 지난달 도쿄 하라주쿠에서 첫 번째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애경산업과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등은 지난해부터 일본 오프라인 입점 매장 수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쏠렸던 매출 의존도를 다변화하기 위해 일본은 중요한 시장"이라며 "긍정적인 협력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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