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우리 경제를 이끄는 수출도 휘청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496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2% 줄었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내리막길이다. 반도체 수요·가격의 동반 하락 속에서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전체 수출 부진을 낳는 큰 흐름이 지난달에도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복합 위기 상황에서 수출기회 요인도 있다. 바로 ‘디지털 무역’이다. 코로나19 펜데믹과 기술혁신에 따른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리서치 회사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 6조 달러를 넘어서며 전 소매 유통의 20.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무역 환경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이커머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내수기업이나 수출 경험이 적은 중소기업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누구나 수출할 수 있는 디지털 무역 환경’…코트라(KOTRA) 덱스터(dexter)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디지털 무역 인프라인 ‘덱스터(dexter)’는 ‘누구나 수출할 수 있는 디지털 무역 환경’을 지향한다. 코트라가 보유한 무역 4대 플랫폼(무역투자24·해외시장정보드림·바이코리아·트라이빅)을 활용해 수출품목 선정에서부터 진출 국가 타켓팅, 디지털 콘텐츠, 해외 바이어 발굴과 교류까지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지난 3일 찾은 서울 염곡동 코트라의 덱스터 스튜디오에서는 또다른 기업의 제품 사진 촬영이 한창이었다. 해외 수출길을 넓히려는 화장품 중소기업이 코트라에 덱스터 이용을 신청했고 코트라는 이 회사의 선크림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사진을 찍고 있었다.코트라는 사진을 글로벌 B2B 플랫폼 ‘바이코리아’에 올려 해외 바이어들을 끌어 모은다. 한국의 화장품 수입을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이 상품이 알려질 수 있도록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타겟 광고도 실시한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한국 상품에 관심이 있을 만한 외국인을 겨냥해 효율적으로 광고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타진할 때 현지 박람회에서 직접 부스를 차려 상품을 알려야 했지만 덱스터 서비스를 이용해 온라인 플랫폼만으로도 해외 바이어와 보다 쉽게 연결이 가능해졌다.
최현성 코트라 덱스터 담당 과장은 “아직은 해외 행사에 참가해 팜플렛을 나눠주는 등 아날로그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덱스터즈는 기존 방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대체해주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주는 효과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직접 SNS 마케팅을 하려면 수천만원이 들기도 하는데 덱스터 플랫폼을 이용하면 무료로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SNS 마케팅으로 태국·몽골 현지 바이어를 수출 中企와 연결
올해 설립 7년차 수출초보 기업인 제이아트컴퍼니도 덱스터의 도움을 받았다. 국내에서 뷰티 마사지기와 LED 마스크를 생산해 판매하는 이 회사는 2019년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매출이 급감하며 위기를 겪었다. 미용기기 분야의 ‘브랜드K(정부 인증 우수 중소기업)’에 선정될 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던 김은영 제이아트컴퍼니 대표는 수출 확대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문제는 해외판로개척. 한국인과 비슷한 감성과 피부 타입을 갖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지만 해외 바이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제이아트컴퍼니는 덱스터(deXter)의 도움으로 현지 바이어를 발굴하는 성과를 얻었다.
김은영 제이아트컴퍼니 대표는 “덱스터에서 양성한 디지털 무역 인력인 덱스터즈(dexters)들이 제3자의 관점에서 동남아 시장에 맞게 우리 제품을 분석해 소셜네트워크(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마케팅을 지원해 줬다”며 “주력 수출 타깃 국가 중 하나인 태국의 바이어로부터 제품 구매와 관련한 요청이 들어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기자재 업체들도 해외 바이어 발굴에 성공했다. 코트라는 최근 한 건설기자재 무역사절단 참가기업의 정보를 SNS에 광고했고 몽골 바이어 44곳을 발굴해줬다. 몽골어로 제작된 광고를 노출시켜 현지 거래처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엔 코트라의 검증 작업도 수반된다. 해당 제품을 수입하려는 바이어가 신뢰할 만한 고객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해외에 팔고도 거래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코트라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최현성 과장은 “해외 곳곳에 지사를 보유한 코트라 현지 기업인들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중소기업과 해외 바이어가 덱스터를 매개로 온라인 플랫폼에서 만나 실제 거래까지 성사 시킬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윤태 부사장 “지방과 수도권 디지털 무역 격차 줄이고, 전문 인력 양성”
코트라는 수도권과 지방의 디지털 무역 격차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김윤태 코트라 부사장은 "덱스터는 지방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디지털 무역을 지원하고 취·창업생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수도권과 지방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 말했다.
디지털 무역을 수행할 인력도 양성한다. 김 부사장은 “2027년까지 전국 30개 도시에 덱스터를 만들고 디지털 상품 데이터를 10만 건 생성할 것”이라며 “취업과 창업도 할 수 있는 디지털 무역인력 5000명을 양성하기 위해 영남대, 금오공대, 우송대, 울산과학대와도 협업할 계획”이라 말했다. 이어 “덱스터는 디지털 무역을 희망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만큼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많은 국민들의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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