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보험이 지급여력(RBC) 비율 개선을 위한 3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코코본드(AT1) 상각 사태 이후 대규모 영구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보험사 자본성 증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4일 진행한 신종자본증권(AA급) 수요예측에서 426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조달금리 범위로 5.0~5.8%를 제시해 5.8%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IB 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 이후 추가 주문 물량이 들어와 5000억 원이 넘었다”면서 “교보생명이 다음 주 5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 조달이 오랜만에 흥행하면서 신한라이프생명 등 영구채와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 중인 보험사들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코리안리재보험은 3월 초 2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신용등급이 AA급으로 우량함에도 불구하고 2070억 원의 주문을 받으며 모집액을 겨우 채웠다.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던 푸본현대생명·ABL생명은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교보생명이 이번에 영구채를 발행한 것은 RBC 비율을 높여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지급여력제도(K-ICS·킥스)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와 함께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증권이어서 발행 시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교보생명의 RBC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80.64%로 금융감독원의 권고치인 150%보다 높지만 2019년(338.89%)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1958년 설립된 교보생명은 삼성생명·한화생명과 함께 국내에서 과점적 시장 지위를 확보한 빅3 생보사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금리 상승, IFRS17 도입에 따라 자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며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 원활한 자본시장 접근성 및 경과 조치 적용 등의 적절한 규제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양호한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