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105560)그룹이 거시 경제 환경이 불안한 와중에도 올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으로 거뒀다. 증권과 보험계열사 등 비은행 부문 수익성이 회복하고 금리 상승에 따라 순이자마진 개선 효과가 지속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증권가는 KB금융이 올 해 다각화된 사업 모델과 안정적 자금력을 바탕으로 ‘리딩 뱅크(1등 금융그룹)’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내다봤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금융은 1분기 1조4976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KB금융은 경기 악화 등을 반영해 대손충당금을 지난해보다 4.6배 많은 6682억 원을 쌓았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과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늘면서 그룹 전체 실적이 개선됐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자이익은 2조7856억 원으로 1년 전(2조6515억원)보다 5.1% 늘었다. 지난해 은행의 여신 평잔 증가와 금리상승에 따른 대출자산 리프라이싱(재산정) 효과가 꾸준히 이어진 덕분이다. 1분기 그룹 NIM(순이자마진)은 2.04%로 전분기 대비 0.05%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0.08%포인트 개선됐다. 국내 금융사 중 NIM이 전분기 대비 상승한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KB금융의 1분기 비이자이익은 1조574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8861억 원) 보다 77.7% 급증했다. IB(투자은행) 부문 실적 호조에 따라 은행 투자금융수수료가 늘었고, 주식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증권수탁 수수료도 늘었다. 전 분기와 비교해 기타수수료는 35.7%, 증권업 수입 수수료는 32.9% 각각 늘었다.
증권과 보험 계열사 등 비은행 자회사의 약진도 돋보였다. 특히 KB손해보험은 1년 전보다 25.7% 늘어난 2538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자동차 사고율 감소와 장기보험 손해액 개선세가 지속된 결과다.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서 유가파생손익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KB증권은 주식거래 대금이 늘면서 1분기 영업이익 2623억 원, 순이익 140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9%, 23% 증가한 수치다. KB라이프생명도 지난해 1분기 55억 원에서 16배 급증한 93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의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다만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1분기 순이익이 931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7%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자산 증가로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은 늘었지만 최근 금융시장 불확실성 대응 차원에서 대손충당금을 대거 적립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신용 손실 충당금 전입액은 3913억 원으로 1년 전(118억원) 보다 30배 넘게 늘었다.
증권가는 KB금융이 비은행 부문 수익성 회복과 비용 효율화 전략을 바탕으로 올 해 견조한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보험사의 금융자산을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기준인 IFRS 9가 전면 시행돼 보험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됐다. 신한투자증권은 KB금융의 올 해 영업이익이 7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점쳤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보험 회계기준 변화의 수혜로 비은행이익 버퍼(완충장치)를 확보했다” 며 “연내 추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KB금융의 목표주가를 6만 2000원으로 제시했는데 5일 종가는 4만8700원이다.
한편 KB금융은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중심으로 KB국민은행·증권 등 전 계열사가 ESG 경영 확대에 역량을 집중, 지난해 말 기준 ESG 관련 금융상품은 총 28조1000억 원으로 사회적 금융이 약 12조 원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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