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에 해외여행 증가로 적자 행진을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해외 배당 덕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했다. 다만 1분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44억 6000만 달러로 2008년 이후 가장 큰 데다 외국인 배당이 집중되는 4월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남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대를 모았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크지 않은 만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은행도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대폭 낮춰 잡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은행은 3월 경상수지가 2억 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는 올해 1월 42억 1000만 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내고 2월에도 5억 2000만 달러 적자를 낸 후 3개월 만에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 1분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44억 6000만 달러로 2008년 3분기(-46억 4000만 달러) 이후 1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도 2012년 1분기 이후 11년 만이다.
3월 경상수지가 소폭이나마 흑자를 낸 것은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금 유입으로 본원소득수지가 36억 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정부가 올해 1월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소득에 대해 법인세 혜택을 주기로 한 이후 배당이 급격히 들어오면서 본원소득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본원소득수지는 133억 1000만 달러 흑자로 지난해 1분기(44억 7000만 달러) 대비 3배로 늘면서 경상수지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다만 경상수지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1억 3000만 달러 적자로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수입이 전년 동월 대비 14억 7000만 달러 줄어드는 동안 수출이 81억 6000만 달러나 급감했다. 특히 반도체(-33.8%), 화공품(-17.3%), 석유제품(-16.6%) 등 주요 품목 대부분이 부진하다. 대중(對中) 수출도 33.4% 감소하는 등 개선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서비스수지 역시 수출 화물운임 하락과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19억 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그나마 버팀목이 됐던 본원소득수지마저 4월에는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본원소득수지는 외국인 배당 지급이 집중되는 매년 4월마다 30억 달러 안팎의 적자를 내왔다. 다만 한은은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외국인 배당 지급 규모가 줄어들고 국내 기업들의 배당 유입도 이어지는 만큼 4월 경상수지가 최악은 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4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전월 대비 20억 달러 축소됐고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 후 현지 판매 실적도 괜찮아 상품수지도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한은 안팎에서는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간 기준 경상수지 전망도 여전히 밝지 않다. 중국이 리오프닝 이후 내수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단체관광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KDI는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275억 달러에서 160억 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은도 25일 경제 전망에서 경상수지를 당초 예측치인 260억 달러보다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앞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도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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