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은 경기 침체기에 더욱 주목받는 업종이다. 자금이 필요한 유망 벤처·스타트업들을 초기에 발굴해 성장을 지원하는 일의 특성 때문에 금리 상승, 유동성 부족 등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역할의 중요성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VC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신산업을 지원해왔다.
1996년 창업한 LB인베스트먼트(309960)는 27년간 시장의 파고 속에서 흔들림 없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온 1세대 VC다. 2022년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는 1조 1405억 원으로 시가총액 기준 상장 VC중 6위에 해당한다. LB인베스트먼트가 창업 후 어려운 시절 투자해 성공의 발판을 만든 기업은 하이브(352820), 펄어비스(263750), 직방, 스타일쉐어 등이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이들 투자 성과를 뛰어남을 만한 유망 투자자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더욱 밝다.
14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LB인베스트먼트는 '텐배거(ten bagger·투자 시점 대비 10배 오른 자산)' 스타트업들의 수가 최소 5개 이상으로 파악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6~7년 전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최근 들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기업가치가 부쩍 오른 효과다.
투자금 회수 시 예상 수익률이 10배를 넘어선 주요 기업으로는 뮤직카우, 스탠다드에너지, 무신사, 리브스메드 등이 꼽힌다. 이는 각 회사의 직전 투자 유치 때 평가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때 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뮤직카우는 LB인베스트먼트가 초기 투자에 이어 후속 투자에 참여하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줬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IP)료를 수익증권의 형태로 개인들이 소장·거래 가능하도록 구현한 세계 최초 음악IP 수익 공유 플랫폼이다. 단순히 투자 수익률을 떠나 새로운 산업 분야를 개척한 스타트업을 초기에 발굴·투자했다는 점에서 LB인베스트먼트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뮤직카우에 50억 원을 투자했는데, 예상 투자 수익률 배수(멀티플)는 11배에 달한다. 지금 당장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550억 원 이상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뮤직카우의 기업가치는 약 1조 원에 근접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도 LB인베스트먼트가 기대하는 투자 기업이다. 투자금은 117억 원으로, 무신사 기업가치 약 3조 원을 기준으로 예상 회수금은 1170억원에 달한다. 무신사는 현재 기업가치 4조 원을 목표로 신규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데, 성사될 경우 LB인베스트의 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65억 원을 투자한 스탠다드에너지는 13.9배, 40억 원을 투자한 리브스메드 11.4배, 200억 원을 투자한 에이블리는 11배의 멀티플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LB인베스트먼트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다. 무신사, 직방, 컬리 등이 대표적이며, 유니콘 등극을 눈앞에 둔 곳으로는 세미파이브, 바로고, 엘리스, 케이타운포유, 큐로셀 등이 있다.
이러한 투자 성과에 힘입어 LB인베스트는 IPO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는 지난 3월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최근 상장을 추진한 기업 중에선 이례적으로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대흥행을 기록하며 공모가 희망 범위 최상단을 기록했다.
LB인베스트먼트의 상장은 향후 회사의 수익성을 크게 높여줄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다른 대형 VC보다 기관투자자로부터 받는 펀드 출자금 외에 자체 출자 비율이 낮았던 탓에 투자 성과에 비해 VC차원의 실적은 저평가받았다. LB인베스트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펀드에 출자해 출자 비율을 2028년까지 6.3%에서 15%로 늘릴 계획이다. 지금과 비슷한 투자 수익을 유지한다면 LB인베스트먼트의 지분법 이익과 성과보수는 지금보다 2배 이상 커진다.
L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28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하는 등 회사의 성장 엔진을 늘리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 교직원공제회 등 도전장을 던진 모든 출자사업에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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