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소포(택배)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며 과거 우편이 중심이던 시대에 구축한 집중국·집중국 간 ‘포인트 투 포인트(P2P)’ 체제에 한계가 오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우체국도 수도권 허브 신설로 과부하를 해소해 소포 물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손승현(사진) 우정사업본부장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르면 2026년까지 수도권 허브 신설 준비를 마무리하고 우체국 소포의 기존 P2P 체제를 ‘멀티허브’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중부·남부권 물량이 거치는 대전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중부IMC)에 더해 수도권 허브를 새로 구축함으로써 ‘허브&스포크’식 물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허브&스포크는 중앙 대형 허브에 모든 물품을 모은 후 다시 배분하는 방식이다. 효율이 높지만 속도와 정확성은 낮다. 반면 P2P는 지역 집중국에서 목적지 인근 집중국으로 바로 물품을 보낸다. 빠르지만 전반적인 효율이 떨어진다.
우체국은 연간 3억8000만통의 소포를 처리한다. 손 본부장은 이같은 물량에 대해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체국이 기업의 대형 계약물량 입찰에 소극적으로 나서며 물량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우체국 소포의 높은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손 본부장은 “물량이 많아지면 안전사고가 늘고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격적인 사업 전개보다는 안전성을 높이고 민간 사업자가 기피하는 도서산간지역까지 도맡는 ‘최후의 보루’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송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갈수록 늘어나는 택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 허브 도입이라는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손 본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수도권 내 소포 비중이 높다보니 중부IMC로 이동했다 다시 올라오는 물량까지 생길 정도”라며 “곧 전체 우편 중 소포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과거 우편 수취·발송을 위해 구축한 P2P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우체국 소포의 질 높은 서비스의 한 축에는 전국 28개 집중국을 활용한 P2P 물류도 한몫한다. 이에 우체국의 허브 강화 방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손 본부장은 이에 대해 “현재 인력을 유지하면서 처리 과정이 합리화되면 소포 물량을 늘리면서도 안정성과 적시성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최저물량’을 놓고 택배노조와의 갈등 또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허브가 추가되면 현재 11개에 이르는 수도권 집중국 부지의 개발 가능성도 열린다. 손 본부장은 “오피스 임대사업이나 3자물류(3PL)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자산가치도 높이면서 수익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개발 사업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우체국은 ‘무제한 예금자보호’의 예금과 보험 사업을 벌이지만 대출이 불가능하다. 지난해부터는 조달비용인 금리가 오르면서 예금이 늘어나고, 경기 침체로 인해 보험 운용 수익은 악화했다. 우체국은 지난해 금융 사업에서 수 년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손 본부장은 “올해 예금 수신고가 연초대비 3조~4조 원가량 늘었지만 운용 수익은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도 예금·보험을 포함해 2000억 원 가량의 흑자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우체국 금융·보험 주 가입자는 농어촌 거주민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농어촌의 어르신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금융·보험 서비스 개선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에는 2000년 도입한 금융 시스템을 23년만에 업그레이드했다. 차세대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는 어르신을 위한 글자 크기 확대는 물론 외국인 고객을 위해 베트남·태국·필리핀·스리랑카어 변환도 지원한다. 손 본부장은 “옛 시스템의 한계로 출시할 수 없었던 신규 보험 상품을 내놓고 빅테크 중심의 금융환경 전환에서 소외됐던 어르신·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면서 "50대 이상을 위한 알뜰폰 상품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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