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대 7만 1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도권 서민금융의 ‘보루’로 통하는 대부업체들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다.
서민금융연구원은 15일 저신용자(6~10등급) 5478명과 대부업체 23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이 분석됐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지난해 대부업체에서마저 대출을 거절당해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3만 9000명~7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 규모가 3만 7000명~5만 6000명이었던 전년과 비교하면 최대치 기준 27%나 급증했다. 이들이 이용한 불법사금융 규모는 약 6800억~1조 2300억 원으로 추정됐다. 마찬가지로 지난해(6400억 원~9700억 원) 대비 27% 늘었다.
불법 사금융으로 이용한 응답자의 77.7%는 불법 사금융임을 알면서도 빌렸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41.3%가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다. 연 240% 이상에 달하는 초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응답 비율도 33%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가량 급증했다.
불법 사금융 이용 규모가 지난해 크게 늘어난 건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고 나서면서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커진 반면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로 묶여 있어 대출을 내줘도 남는 게 없다는 이유다. 실제로 대부업체들의 67%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2021년 7월 최고금리가 연 20%로 인하된 이후 신용대출을 감소 또는 중단하거나 담보대출을 증가 또는 유지했다고 응답했다. 대부업체 대부분이 신용대출은 축소하고 담보대출은 전환하는 전략으로 돌아서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시중금리가 대폭 상승했지만 연 20%에 묶인 법정 최고금리로 대부업체마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저신용, 저소득 취약 차주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등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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