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내 상장 일본 펀드도 올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다만 여전히 고성장 고수익 국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탓에 관련 상품에 자금이 몰리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부터 전날까지 국내에 상장된 일본 주식형 펀드 31개의 평균 수익률은 15.01%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북미(17.7%)와 신흥 유럽(16.6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성과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10.58%)와 국내 주식형 펀드(14.96%)은 물론 인도(4.96%), 베트남(7.25%), 브라질(8.06%) 등 신흥국 주식형 펀드 수익률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이 기간 중국 펀드는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 효과에도 수익이 1.74% 더 떨어졌다.
일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일본 토픽스(TOPIX)지수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일본TOPIX레버리지(H) ETF’가 27.5%의 수익률을 보인 것을 비롯해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 주가)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니케이225’가 18.29%,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에 투자하는 ‘KODEX 일본TOPIX100 ETF’가 17.10%의 수익을 거뒀다.
이들 상품이 올 들어 호조를 보인 배경에는 엔저 현상으로 올해 일본 수출 관련 기업들의 이익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정책 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엔저 효과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늘면서 내수 기업들의 실적까지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이달 15일 기준 닛케이225지수(2만 9626.34)도 1월 4일보다 15.2% 올랐다. 2021년 11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토픽스지수(2114.85)도 같은 기간 13.2% 상승했다.
우수한 투자 성과에도 일본 펀드는 쉽사리 덩치를 불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일본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1월 2일 이후 이날까지 85억 원가량 감소했다. 최근 한 달 동안에도 5억 원이 더 빠져나갔다. 올해 중국과 인도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각각 4233억 원, 2486억 원씩 늘어난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일본 직접 투자 자금도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기관·개인 투자자의 일본 주식 보유 금액은 2020년 7월 이후 현재까지 20억~30억 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달 15일에도 이 금액은 29억 8944만 달러에 그쳤다.
금융투자 업계는 올해 일본 증시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당분간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자금이 크게 몰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한 ETF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행이 최근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만큼 일본 수출 기업들에 엔저 수혜가 지속되고 내수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일본은 워낙 ‘저성장’ ‘잃어버린 30년’ 이미지가 강한 탓에 관련 상품이 흥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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