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들이 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28조 원 넘게 증발해 지난해 1분기 대비 절반 이상 하락했다. 영업이익률도 3.61%로 급락하면서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낮아졌다. 아울러 녹록치 않은 업황에 적자 기업도 늘어 상장사 4곳 중 1곳이 적자의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622사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25조 165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53조 2592억 원)보다 52.8%나 줄어들었다. 1년 만에 영업이익 28조 원이 증발했다. 매출은 697조 3744억 원으로, 지난해(659조 8119억 원) 대비 5.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반토막나면서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07%에서 3.61%로 급감했다.
별도 기준 상장사들의 성적표는 더욱 처참하다. 12월 결산법인 710사의 별도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27조 9316억 원)보다 78% 줄어든 6조 1513억 원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7.50%에서 5.82%나 줄어들면서 1.68%까지 주저앉았다.
상장사 전체 매출의 17%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와 한국전력(015760)의 실적 쇼크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4조 1214억 원에서 95% 넘게 줄어들면서 640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분기 7조 786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적자폭을 6조 1776억 원까지 줄였으나, 여전히 수조 원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을 제외하고도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삼성전자·한국전력 제외 상장사들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46조 9247억 원에서 34.6% 줄어든 30조 7031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22% 늘어 464조 4686억 원을 기록했다.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면서 재무구조 등 기초체력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 기준 코스피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20%포인트 증가한 114.85%로 집계됐다. 아울러 흑자기업은 지난해 489개에서 19개가 줄어든 470개로 나타났으며 반대로 적자기업은 지난해 1분기 133사에서 152사로 증가했다. 전체 상장사 중 적자 기업 비율은 24.44%로 코스피 상장사 4곳 중 1곳이 적자에 빠져 있는 셈이다.
업종별로는 운수장비(124.56%)·기계(73.64%)·비금속광물(25.98%) 등 5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반면 운수창고(-60.37%)·철강금속(-55.89%)·화학(-41.61%) 등 14개 업종은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증권·금융업의 이익 규모는 크게 늘었다. 우선 1분기 증시가 예상 밖의 활황을 보이면서 거래대금이 크게 늘자 증권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 1조 2399억 원에서 28.12% 증가한 1조 5886억 원으로 나타났다. 보험·금융지주·은행 등의 영업이익도 모두 증가세를 보이면서 금융업 42개사의 합계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3조 9726억 원보다 9.57% 늘어 15조 3103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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