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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尹 G7회의 참석, 선진국과 어깨 나란히…한미일 삼각공조 강화해야”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 ‘북핵 도발’에 경고 메시지

日 오염수 시찰단 수용은 나름대로 한국에 대한 배려

尹, 결단력 타의추종 불허…日에 ‘통 큰 양보’로 결실

中에 겁내는 이들 너무 많아, 그러면 더 비참해질 뿐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이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G7 정상회의 개최지인 일본 히로시마에서 21일 진행되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삼각 안보 공조의 틀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21일에는 한일·한미일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달 국빈 방미 때의 한미 정상회담과 최근 서울에서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한미·한일 안보 협력이 한미일 삼각 공조로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으로 한국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로 공인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참석하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 “삼각 공조의 틀을 대폭 강화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을 겁내는 이들이 너무 많다”면서 “중국에 조아리면 한국은 더 비참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번에 주최국의 초청을 받아 가는 것이지만 결국은 한국의 위상과 국격이 얼마나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국은 다른 선진 민주주의국가, 경제 선진국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얘기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공인받은 셈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의 경제 국가이고 무역으로는 8위 정도 되는 선진국인데 그동안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지난 정권에서 한반도 문제에만 신경을 써서 글로벌 역할이 너무 축소됐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이 G7 정상 외교에서 무엇을 보여줘야 하나.

△이번 G7 정상회의는 한미일 협력이라는 삼각형의 완성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선언하는 무대로서 의미가 크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이번에 연설하는 것도 기후변화 에너지 부문인 것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이 글로벌 어젠다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독자적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한미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시아 지역과 글로벌 이슈에 한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한일·한미일 정상회담이 21일 열리는데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까.

△한미일 협력이 탄탄해야 지금 벌어지는 안보·경제 복합 전환에 한국이 잘 대응할 수 있다. 그동안 한일과 한미가 따로따로 얘기하던 부분을 한미일이 함께 공유해 협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삼각 공조의 틀을 이번 연쇄 정상회담에서 대폭 강화시켜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안보 협력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노골화하는 만큼 미사일에 대한 실시간 정보 공유를 포함한 제반 안보 이슈에 한미일이 함께 협력해야 북한에 대한 억지력과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 경제 안보의 측면에서도 첨단 기술 산업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자폭탄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는데.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져 약 20만 명이 희생당했는데 그중 2만 명 정도가 한국인이다. 이번 참배는 그 피폭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는 생생한 역사교육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가 함께 참배하는 것이 처음이라는 점도 뜻깊다. 일본에서 한국 사람들을 더 이상 차별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핵 없는 세계를 만들자’는 한일 공동의 메시지가 북한 등에 핵을 사용하면 어떤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주는 강한 경고가 될 수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반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

△기시다 총리가 역대 정부의 일본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공언한 것에 더해 “마음이 아프다”고 직접 말한 것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의 뜻을 표시한 것이다. 더욱이 기시다 총리가 주변의 강한 만류를 뿌리치고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드러낸 것은 결단이라고 봐야 한다. 히로시마 원폭에 희생된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겠다고 하는 것도 자기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평가할 만하다.

-이달 23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시찰단 파견을 두고 논란이 크다.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으로 충분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한국 국민들의 우려가 그렇게 심하다면 한국의 전문가 조사단을 받아들이겠다고 판단한 것은 나름대로 한국에 대한 배려로 볼 수 있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 그리고 해양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오지 않도록 그런 형태의 해양 방류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도 상당한 수준의 약속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미 ‘워싱턴 선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미핵협의그룹(NCG)’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1 대 1로 확장 억제 약속을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는 북한이 만약 핵을 사용하면 우리가 확실하게 대응하겠다는 미국의 확고부동한 약속으로 봐야 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종말”을 직접 언급한 부분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 국방장관 수준에서 이뤄졌던 대북 경고 메시지가 최고조로 격상된 것으로 북한이 큰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핵 전략 자산의 전개 방식을 바꾼 것도 중대한 변화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을 한반도 상공과 해역에 수시로 전개해 미국 하와이나 괌에 있는 전략 자산들을 한반도에 좀 더 가깝게 운용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에 엄청난 공포감을 줄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 등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자동차와 반도체에서 우리가 손해 보는 게 많은 것 같다. 미국이 일방주의적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미국의 일방주의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고 이후에도 달라질 가능성이 적다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는 중국 현지 공장을 유지하고 첨단 설비를 제외한 최소한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하고, 배터리는 선구매에 대한 예외 조항을 늘려나가는 식으로 완충장치를 확대하는 노력을 병행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더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항공·바이오·인공지능(AI)·원자력·수소·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으로부터 더 큰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국가 지도자는 어떤 자세와 능력을 보여야 하나.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우선 한 정권의 최고지도자로서 중대한 외교 안보 현안을 정권의 정파적인 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고 철저히 국익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외교 안보 참모들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결정이 필요할 때 머뭇거리거나 판단중지를 하지 않고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윤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윤 대통령은 국익을 먼저 생각해서 판단하고 주변의 의견도 수렴하면서 필요한 결단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결단력 부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하다. 윤 대통령은 지금 지향해야 할 목표를 제대로 파악하는 목측력이 있고 제반 상황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종합해내는 능력을 갖췄다.

-탁월한 결단력의 사례가 있는가.

△일본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법이 그렇다. 일본의 호응 조치가 없으면 어쩌냐는 의견이 있었고 잘못하다가는 엄청난 반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윤 대통령이 결단했고 결단의 결과는 좋았다.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일본을 기다리다가는 한일 관계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우리가 먼저 통 크게 결단하면 일본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었다.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한 결정이었다. 최근 방한한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도 이런 윤 대통령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며 높게 평가했다. 결국 악화된 한일 관계 문제를 우리가 선도적으로 해결해낸 것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에 대한 동참으로 중국의 보복을 자초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에 대해 겁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걸핏하면 우리가 보복당한다, 큰일 난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 그렇게 한국을 약자로 생각하고 서열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중국에 조아리게 되면 결국 한국을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중국은 고분고분한 한국을 띄워주기보다는 더 힘들게 옥죌 것이 뻔하다. 우리는 미국·일본과의 군사적 동맹과 경제적 우호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발전시켜나가야 하고 중국과는 이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에 기반한 호혜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호혜적 한중 관계 구축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정신을 잃는 순간 중국은 우리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또 요구할 것이다. 한일 정상이 최근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한중 간 협력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He is…

1963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청주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 조교수를 거쳐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대표적인 한일 관계 전문가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선거 캠프에 참여해 외교정책의 기본 방향을 다듬는 역할을 했고 올해 3월에 국립외교원장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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