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실시간 검색어(실검) 논란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신 트렌드를 노출하는 서비스의 도입을 두고 정치권에서 실검 부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오는 7월 출시 예정이었던 '트렌드 토픽' 서비스는 좌초 위기에 몰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비스 도입을 두고 심사숙고하며 검토 중"이라며 "트렌드 토픽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토픽은 '내게 꼭 맞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새 공간'을 표방하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개인의 구독 정보와 네이버 카페·블로그·포스트·동영상 등에서의 검색·문서 클릭 이력을 바탕으로 키워드를 추출해 추천 콘텐츠를 제시하는 서비스다. 서비스는 개인의 네이버 활동을 기반으로 좋아할 문서를 추천하는 '개인화 추천'과 네이버 전체 사용자들이 좋아한 주제와 문서를 '트렌드 추천'으로 나뉜다.
'실검'이라는 낙인이 찍힌 '트렌드 추천'은 전체 사용자들이 좋아한 주제와 문서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순위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노출된다. 또 검색만을 바탕으로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개개인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로 개발하고 있다.
정치권은 추천 서비스 도입이 실검 부활이라고 공세에 나섰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년 전 폐지된 '실검'과는 다른 서비스인 양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로 보인다"며 "정치, 경제 등 시사 뉴스와 관련된 키워드는 제외시킨다고 하지만, 언제 슬그머니 끼워 넣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포털이 내년 총선 앞두고 여론조작과 선동의 놀이터를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카카오의 사내 벤처 격으로 위상이 축소된 포털 '다음'은 지난 10일부터 '투데이 버블'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관련 서비스를 예정대로 출시한다. 실검 부활 논란에는 전혀 다른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투데이 버블은 온라인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관심사를 검색 결과창에서 키워드 형태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카카오 관계자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와는 정보 출처 범위, 분석 시간, 순위화 등 측면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라며 “유해 키워드나 검색 결과 신고 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다음에서 제공했던 실검 서비스는 다음검색이라는 하나의 서비스에서 이용자가 입력하는 검색어 통계 정보를 활용해 순위를 매겼다. 순간적인 검색어 입력량을 기반으로 키워드를 추출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의도적으로 검색량을 증가시키는 행위가 실검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반면 투데이 버블은 다음 서비스 외에도 제휴를 맺은 뉴스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외부 웹페이지를 정보 출처로 삼는다. 순간적인 검색량이 아니라 분석 기준의 시간을 늘렸고 키워드 순위화도 하지 않는다.
다음은 ‘드루킹 사건’ 등 여론 조작 논란에 2020년 실검 서비스를 없앴다. 네이버는 2021년 실검 서비스를 폐지했다. 국내 최대 검색 포털 네이버의 실검 순위는 지금 이 순간 어떤 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역할도 했다. 그러나 신뢰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서비스 시작 16년 만에 완전히 사라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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