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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또 어깃장

2단계 조사서 "경쟁 제한 우려"

일부 슬롯 포기 등 시정안 요구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올 3월에 이어 이달에도 “양 사의 기업결합이 시장 경쟁에 제한을 줄 수 있다”며 대한항공에 파격적인 슬롯(특정 시간대 공항 이용 권리) 포기 등 대책을 요구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아시아나 매각이 표류하면서 양 사의 경쟁력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EU 경쟁 당국은 양 사가 기업결합을 한다면 유럽 일부 노선에서 경쟁 제한 가능성이 있다는 예비조사 결과(SO)를 공개했다. EU 당국의 보고서는 “양 사 합병 시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노선에서 여객·화물 시장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 질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U 당국은 올 2월부터 기업결합 최종 심사 2단계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 조치 방안을 6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EU 당국은 대한항공이 제시한 시정 조치 방안을 고려해 8월 3일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EU 외에도 미국과 일본 당국의 심사 결과가 남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항공 업계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기업결합이 계속 지연되면서 양 사의 경쟁력은 계속 약화되고 있다. 2년 간 합병 자문료에 1000억 원을 쓴 대한항공은 EU 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결국 유럽 4개국 노선 슬롯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현재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일부 유럽 노선에 취항하기 위해 유럽 당국에 대한항공을 통해 노선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하지만 양 사의 장거리용 기재가 부족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티웨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기재가 3대, 4대씩 있다.

피인수 기업인 아시아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산업은행 체제 아래서 기재 도입·인력 확충 등 공격적인 경영이 사실상 어렵다 보니 이제 저비용항공사(LCC) 등과도 실적 수준이 비슷해졌다. 아시아나의 올 1분기 영업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하락한 925억 원을 보였다. 1분기 LCC 주요 5개사가 모두 사상 최대 매출·이익을 올렸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만 이익이 역성장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조사 발표는 통상적 절차”라며 “EU 당국과 적극적으로 시정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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