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알고리즘(소프트웨어)으로 경기도 수원에서 강원도 강릉까지 ‘운전자 무개입 주행’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악천후 등 비상 상황을 제외하고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자율주행 실현을 위해 필요한 선행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율주행차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센서에 더해 자율주행차용 ‘두뇌’까지 개발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며 전장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선행 연구개발(R&D) 조직인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는 지난해 10월 수원에서 강릉에 이르는 200㎞ 구간에서 운전자 무개입 주행 시험에 성공했다.
주행 시험은 글로벌 완성차 특정 모델에 라이다(LIDAR) 등 다른 회사의 자율주행 장치를 얹어 SAIT가 연구 중인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기술 개발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램프 구간(높낮이가 다른 두 도로 등을 연결하는 구간) 주행, 특수목적차량 인식, 자동 차선 변경 등의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전날 서울 양재에서 열린 ‘사물인터넷(IoT)기술&비즈니스 포럼’에서 SAIT의 자율주행 성과를 소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는 2017년 삼성전자가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를 받은 지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신청 당시 삼성전자는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인공지능·딥러닝이 결합된 차세대 센서 지능형 부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SAIT는 내부적으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개발해 양산 중인 레벨2와 상용화 단계인 레벨3 솔루션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나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로드맵 목표가 ‘제조 상용화’라면 삼성전자는 DS사업부와 하만을 중심으로 한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용 부품, 솔루션 사업과의 시너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종합기술원의 선행 연구는 도전적 목표 달성을 위해 5년이 넘는 긴 기간에 진행되는데 자율주행 기술도 그 중 하나”라며 “관련 사업부에서 필요로 하는 시점이 오면 기술을 내주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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