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왔고 이 기술은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또는 소외된 집단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저는 예술가로서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명성의 현대 미술관 구겐하임과 LG가 함께 만든 ‘LG구겐하임어워드’의 1회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인 예술가 스테퍼니 딘킨스가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자와 만나 “AI가 갖는 편견은 결국 새로운 차별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이기도 한 딘킨스는 뉴욕에서 주로 활동하는 예술가로 20년 넘게 첨단 기술을 이용한 예술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작은 ‘비나48과의 대화(Conversations with BINA48)’다. 딘킨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실존 흑인 여성인 비나 로스블랫을 바탕으로 제작한 AI 로봇 비나48을 접하고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눈 내용을 담은 영상 작품이다.
영상 속에서 비나48은 딘킨스에게 “휴일에 무슨 일을 하세요”라고 묻는다. 딘킨스는 전형적인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며 “글쎄, 비나48과 이야기를 하러 와요”라고 답한다. 이어 딘킨스가 ‘인종주의에 대해서 아느냐’라고 묻자 비나48은 1983년 학교에 기부를 하러 온 부유한 백인들이 흑인 학생들을 좋아하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딘킨스는 이 같은 영상 속 대화에 대해 “비나48의 프로그램에 몇몇 구멍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저 친절하기만 한 로봇이었고 무엇보다 흑인 여성으로서 그의 정체성은 아주 단조로웠다”고 말했다.
딘킨스가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AI가 무엇을 학습하느냐에 따라 AI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AI가 보편화될수록 편견을 학습한 AI의 영향력도 더 광범위해질 것이다. 결국 딘킨스가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메시지는 AI의 학습 데이터에 인종이나 성별, 장애, 문화적 배경 등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차별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뮤지엄 관장과 큐레이터, 학자, 아티스트 등으로 구성된 LG구겐하임어워드 심사위원단은 “AI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짚어낸 딘킨스의 깊이 있는 작품 활동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딘킨스는 수상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가 더욱 많은 이에게 전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페이스북이나 스탠퍼드 같은 곳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실제 AI 방향을 만드는 이들과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된다”며 “결국 수많은 예술가, 컴퓨터 과학자, 이론가들은 제가 하는 일이 결국 그들의 일과 같은 프로젝트임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제가 작품 활동을 통해 AI의 다양성 문제에서 조금의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이는 곧 (이를 통해) 사람들이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나가야 하는 이들은 바로 우리”라고 말했다. 딘킨스는 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LG와 구겐하임의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나오미 벡위스 구겐하임 수석큐레이터는 “딘킨스의 폭넓은 예술 활동과 사회적 메시지, AI 기술에 대한 열정적 탐구는 기술에 기반한 예술의 지평을 확대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LG구겐하임어워드를 통해 특별한 작품 활동을 지원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와 구겐하임 미술관은 지난해 6월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다양한 형태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기로 했다. LG구겐하임 어워드는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신설된 시상식이다. 수상자는 한화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게 된다. 박설희 LG브랜드담당은 “LG는 기술이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이고 감동적인 경험을 만드는 매개라고 믿는다”며 “제1회 LG구겐하임어워드 수상자인 딘킨스가 앞으로도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에 울림을 주는 예술을 더욱 널리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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