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에도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미 금리가 뒤집힌 상태에서도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을 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도 1340원 선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점차 낮아지는 가운데 성장률을 다시 하향 조정해야 할 만큼 경기 상황도 좋지 않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기 위해 추가 인상 가능성의 불씨는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은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올해 2월과 4월에 이은 3연속 동결이다. 한국이 금리를 3.50%에서 멈춘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초 5.00~5.25%까지 금리를 올리면서 양국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역대 최대의 한미 금리 역전 폭에도 경기 부진과 물가 상승세 둔화 등을 근거로 한은이 또다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전월(4.2%) 대비 0.5%포인트 낮아지면서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수출 부진과 함께 통화 긴축 정책의 여파로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점도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세수 부족으로 재정 부양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기대와 달리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반도체 경기회복이 지연되자 주요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통화기금(IMF)·무디스 등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1.5%로 낮췄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의 전망은 각각 1.1%와 1.2%까지 떨어졌다. 한은 역시 반도체 경기 부진을 이유로 올해 2월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1.6%)의 하향 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다만 한은의 성장률 전망은 통화정책의 근거가 되는 만큼 1.4~1.5%로의 소폭 조정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기댈 곳이 민간 소비밖에 없는데 갈수록 심리가 악화돼 경기는 더 나빠질 수 있다”며 “다만 한은이 성장률을 크게 낮추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폭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대외 여건도 금리 동결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 19일 원·달러 환율은 1326.7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7.5원 떨어지면서 원화 약세 부담도 덜었다.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올해 1월 3억 4000만 달러 순유출에서 2~4월 35억 1000만 달러 순유입 전환됐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6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은의 부담을 크게 덜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향후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한은도 추가 인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일부 금통위원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도 함께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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