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SG증권발(發) 폭락 사태의 진원지인 차액결제거래(CFD)를 전수 조사할 특별 점검단을 본격 가동했다. 시장 감시·감독 기관장들이 직을 걸고 작전 세력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상황에서 추가로 시장 교란행위를 적발해 낼지도 주목된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4일 서울경제와 만나 “CFD 계좌 분석 등을 전담할 CFD 특별 점검단 인력 20명에 대한 인사 발령을 22일 단행했다”며 “거래소 내 시장감시 경험이 있는 전문 직원들을 중심으로 선별했다”고 말했다. 시장점검단 단장은 이승범 시장감시본부 본부장보(상무)가 맡는다. 이번 점검단 규모는 시장감시본부가 구성한 역대 TF(태스크포스) 중 최대다.
점검단은 CFD 관련 계좌 4500개의 전수 조사에 돌입했다. 1차로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이상 거래를 찾고 걸러진 이상거래를 새로운 기법으로 정밀 분석, 최근 주가조작 종목들과 유사한 매매 패턴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이상거래가 감지되면 최대 10년 치 거래에 대한 전수 검증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이번 사례뿐 아니라 과거의 성공한 시세 조종 작전도 적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점검단은 7월까지 분석 작업을 진행한다.
앞서 거래소는 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된 9개 종목(서울가스(017390), 대성홀딩스(016710), 삼천리(004690), 세방, 선광(003100), 다우데이타(032190), 하림지주(003380), 다올투자증권(030210), CJ(001040))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 1차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겼다. 손병두 이사장은 “이전에는 주가 조작범들이 여러 대의 컴퓨터를 통해 다른 계좌에서 주문을 내는 형식으로 시세조종을 했지만, 최근에는 원격조종으로 이뤄지다 보니 적발이 쉽지 않다”며 “사고 판 종목, 매매 시간대가 비슷했는지, 누가 따라 매매했는지에 대한 패턴까지 모두 분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FD는 투자자가 가진 돈보다 훨씬 많은 주식을 산 뒤 나중에 시세 차액만 정산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최대 4배의 레버리지(차입) 효과에 주식을 실제 보유하지 않는 사실상 차명 계좌로 투자자 신원도 잘 드러나지 않고 절세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 세력이 노출을 피하려고 CFD 계좌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 이사장은 “속단은 어렵지만 CFD 제도 개선을 통해 실제 거래 주체가 공개되고 신용거래와 똑같이 한도가 묶이면 자연스럽게 증권사들도 예전보다 더 조심해서 취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CFD 전수 조사뿐 아니라 다른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불법 거래 정황을 폭넓게 살펴볼 계획이다. 손병두 이사장은 “그동안 기계적으로 했던 감시 기법을 탈피하기 위해 CFD 이외 파생상품들도 봐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사로 파생상품을 기피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손 이사장은 “파생상품은 태생적으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면서도 “개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건전한 파생시장 육성을 저해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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