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원격근무의 허점을 이용해 북한 정보기술(IT) 인력들이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들은 가짜로 취득한 신분을 이용해 미국 IT 기업에 취직을 하는가 하면 프리랜서 등 형태로 일감을 수주하는 데 이르렀다.
24일(현지 시간) 외교부는 미 국무부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힐튼 호텔에서 ‘북한 IT인력 대응 한미 공동 민간 심포지엄’을 열고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를 이용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 취업을 해 이를 외화벌이 수단으로 삼는 북한 IT인력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연간 수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외화를 북한으로 송금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의 절반 가량이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북한 IT인력들은 팬데믹 이후에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중국, 라오스, 러시아 등 국가에 남아 신분을 속인 채 해외 기업들의 IT 일감을 수주하고 있다. 이들은 급기 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가진 시민권자나 일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진 이들의 신원을 이용해 구인구직 플랫폼에 가입한 뒤 입사 면접을 치른다. 이후에는 원격근무의 허점을 이용해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일을 하고 이를 통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환영사를 통해 “북한은 IT프리랜서를 정부 차원에서 양성하며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해 자금을 벌어들이는 북한판 골드러시를 벌이고있다”며 “대다수는 군수공업부, 국방성 등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에 소속돼 있어 수익 대부분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어플리케이션(앱) 개발 및 유지 보수 업무를 맡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IT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특파원단 간담회를 통해 “기존에는 좀 단순한 업무를 했다면 이제는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관련해 높은 기술이 필요한 부분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라며 “특히 블록체인 같은 기술은 악용할 수 있는 위험이 커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기업에서 일하거나 프리랜서로 일감을 수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보이스피싱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인정보를 탈취한 뒤 이를 중국과 한국의 범죄조직에 판매하기도 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 단장은 “중국 단동에 있는 송림이라는 북한 IT인력의 경우 개인 정보를 탈취한 뒤 중국에서 이 정보를 팔 수 있는 범죄조직에게 이를 넘기고 있다”며 “밝혀진 범죄조직 가담자 중 2명은 인터폴에도 수배 중인 악명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외교 당국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북한의 IT인력 수법이 진화하면서 우리나라의 북 독자제재 행보도 늘어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이후에만 7건의 독자 제재 중 3건이 IT 관련 제재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1건)을 비롯해 역대 정부의 독자제재가 5건인 점을 고려하면 큰 숫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정 박 미 대북특별부대표는 “북한 IT 인력들은 시간이 갈수록 새롭게 진화된 방식으로 불법적인 일들을 자행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방관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불법적인 돈이 가는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 인력들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어디에든 있고 미국 회사들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포지엄에는 북한 IT 인력이 체류하거나 체류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을 비롯해 관련 기업 관계자 80여명이 참여했다. 아시아와 미국 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등 국가 관계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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