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난달 11일 해외에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한 ‘K리큐어수출지원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김창수 김창수위스키증류소 대표 등이 자문으로 참여한다. 수출지원협의회 공동단장을 맡은 박성기 우리술 대표(막걸리수출협의회 회장)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막걸리는 맛과 색, 형태, 흔들어 먹는 방식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술”이라며 “‘일본=사케’ ‘멕시코=테킬라’처럼 ‘한국=막걸리’라는 등식을 만들어 문화와 함께 수출하면 김치보다도 더 세계화할 수 있는 품목이 막걸리”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꼽는 막걸리의 장점은 저도주 트렌드에 맞고 건강한 술이라는 점이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크게 취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흥겹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막걸리를 먹으면 금세 배가 불러 안주를 덜 먹게 되니 살이 찔 염려도 없습니다. 게다가 막걸리는 원료인 곡물 전체를 거르지 않고 먹는 거의 유일한 술이라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막걸리 한 병에는 대략 밥 한 공기 정도의 쌀이 들어갑니다.”
불과 10여 년 전 일본에서 한류를 타고 막걸리 열풍이 불며 막걸리 수출이 급증했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박 대표는 “과거 일본에서 막걸리가 큰 인기를 끌었을 때 준비가 안 된 업체들이 품질 낮은 막걸리를 수출하고 과다한 덤핑 경쟁까지 벌어지며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며 “당시 90%를 넘었던 막걸리의 일본 수출 비중이 지금은 10% 정도로 낮아진 대신 수출 국가가 동남아시아·중국·미국·유럽 등으로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트남·인도·네팔 등 쌀 문화권 국가에는 우리 막걸리와 비슷한 술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명맥이 끊겼다”며 “우리나라만 막걸리를 산업화해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만큼 막걸리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동남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 대표는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K콘텐츠 등 우리 문화와 함께 수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해외 소비자들이 막걸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언제,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은 정립이 안 돼 있다”며 “비가 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 등산 후에 막걸리 등 막걸리를 즐기는 문화를 함께 전파해야 진정한 막걸리 열풍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한국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이 위스키·와인·소주·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많지만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며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K드라마에 막걸리를 마시고 막걸리의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장면이 나온다면 수출에 엄청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적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는 영사 등 외교관 교육과정에서 와인은 1·2·3급 과정을 거치게 돼 있는데 전통주 과정은 없다”며 “해외 주재 대사나 영사들이 막걸리 등 전통주 교육을 받고 해외 귀빈들에게 우리 전통주의 우수성과 스토리를 알리게 해달라고 당국에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2018년에는 한 동남아 국가 주재 한국 대사가 양국 음식문화축제에서 해외 귀빈에게 사전에 약속돼 준비된 막걸리 대신 와인을 제공해 구설에 오른 일도 있었다고 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해외 파견을 앞둔 신임 대사와 총영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에 일본 술에 관한 강의를 포함시켰고 해외 공관에서 파티를 열 때 가능하면 와인 대신 일본 술을 내놓도록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막걸리 수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도 건의했다. 그는 “막걸리에 밤·옥수수·바나나 등 인공 향을 첨가하면 주세법상 탁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돼 막걸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세금도 높아진다”며 “각 나라마다 익숙한 맛으로 먼저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는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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