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와인 시장이 최근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1세대’ 와인 수입업체들이 잇따라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나섰다. 기존에 부수적으로 진행하던 외식 사업을 확대·전문화하거나 자체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매장을 만들어 다각화를 꾀하는 것이다.
2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아영FBC는 자사가 운영 중인 와인바 ‘사브서울’과 ‘무드서울’ 등 외식 사업을 전담하는 식음료(F&B) 부서를 신설했다.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두 와인바에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외식 사업 부문의 영업과 인력을 전문적으로 맡을 부서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아영FBC는 2021년 11월과 12월 각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한강변 세빛섬에 와인바를 열었다. 아영FBC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와인을 소매가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며 “매월 하루 열리는 캐치테이블의 예약 일정이 1시간 만에 꽉 찰 정도”라고 설명했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와인 전문 보틀 매장인 ‘와인스팟’ 1호점을 연 뒤 올 3월 중구 을지로에 2호점을 냈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올해 중 3개 지점을 추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이와 함께 와인 잔만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신사업에도 연내 뛰어들 예정이다.
‘1세대’ 와인 수입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팬데믹 기간 급성장한 국내 와인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것과 맞물려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4월 기준 국내 와인 수입액은 2021년 2만 5504t(톤)에서 2022년 2만 3847t, 올해 2만 1071t으로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한 대형마트의 올 1분기 와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팬데믹 기간 급성장한 국내 와인 시장에 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라 와인 사업을 확대하면서 경쟁도 부쩍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19년 4만 3495t에서 2021년 7만 6575t으로 3년 새 두 배가량 늘며 이들 와인 수입업체들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금양인터내셔날과 아영FBC는 2020년 매출액 917억 원, 693억 원에서 1년 새 46.7%, 45.7%의 신장률을 보이며 코로나19가 바꾼 음주 문화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이들은 수입업체들은 당장은 덩치를 키웠지만 고민이 적지 않다. 대규모 유통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와인 판매를 넘어 수입에도 열을 올리면서다. 금양인터내셔널은 2004 칠레산 ‘1865 와인’ 등 히트 상품을 선보이며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하지만 그룹사의 유통 채널에 힘입어 성장한 신세계L&B에 2017년 자리를 내준 뒤, 두 회사의 매출액 차이는 2017년 13억 원에서 지난해 649억 원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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