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불러온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중소벤처기업부 초청으로 9일 방한한다. 올트먼 CEO는 이날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달 업그레이드된 생성형 AI ‘바드’를 공개하며 제1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구글은 내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대한민국 AI 위크’ 행사를 공동 주최한다.
생성형 AI 기술 경쟁에서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는 오픈AI와 구글이 한국 정부와 손잡고 행사를 여는데 대해 정보기술(IT) 업계의 심경은 복잡하다. 글로벌 빅테크의 앞선 기술을 활용해 AI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굳이 정부가 나서서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한 ‘멍석’을 깔아줄 필요가 있느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구글·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AI 생태계가 보다 풍성해질 수도 있지만 자칫 기술 종속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다.
올트먼 CEO의 방한은 국내 AI 생태계에서 빅테크의 침투력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간담회 행사에는 업스테이지와 뤼튼테크놀로지스와 같은 국내 AI 스타트업들도 참여해 오픈AI의 비전과 제안에 귀를 활짝 열 예정이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해 국내 AI 생태계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뤼튼이나 카카오톡 내 애스크업(AskUp)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온 업스테이지나 모두 토종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통해 성장했지만 향후 이들이 오픈AI 진영에 가담하는 상황이 오지 말란 법도 없다.
과기정통부가 구글과 손잡고 ‘AI 위크' 행사를 공동 개최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IT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민간 기업과 AI 관련 주요 행사를 처음 공동 개최하면서 국내 대표 기업들보다 빅테크의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행사 내용을 보면 학계, 산업계, 개발사, 학생 등을 불러모아 구글의 첨단 AI 기술을 소개하고 시연하는 것이 골자다. 하나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시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IT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계각층의 인력들이 해당 기술에 대해 골고루 이해해야 하고 여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해당 행사는 구글의 기술이 국내에 한층 수월하게 자리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최근 구글이 향상된 바드와 함께 한국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천명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 경쟁 속에서 국내 IT 기업들이 마주하는 경쟁 현실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올 초만 해도 한국어 능력을 내세워 경쟁 우위를 강조하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한국어 능력이 대폭 강화된 GPT-4 모델이 나온데 이어 구글까지 새 언어모델인 ‘팜2(PaLM2)’로 엔진을 갈아끼운 바드의 첫 공략지로 한국을 정조준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전광석화처럼 생성형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3분기에나 각각 ‘서치GPT’와 ‘코GPT’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에 특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을 통해 기회를 발견하려 하고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도 앞선 기술력을 지닌 빅테크를 통해 국내 AI 생태계를 보다 풍성하게 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판’을 벌였을 것이다. 다만 국내 테크 기업들이 거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 서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시장 공략을 측면 지원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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