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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아빠가 하라면 꼭 해야 돼?"…철학자 아빠 당황시킨 아이의 '팩폭' 질문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스콧 하쇼비츠 지음, 어크로스 펴냄.

아이와 나눈 엉뚱한 대화 통해서

당연한 것 돌이켜보며 철학 고찰

'젠더' '인종' 묵직한 주제로 확장

"우주 속 한낱 미물 불과하지만

우리는 가치있는 존재" 메시지





저자 스콧 하쇼비츠. 사진 = 스콧 하쇼비츠 트위터 갈무리


스콧 하쇼비츠의 아들 렉스(좌)와 행크(우). 사진=스콧 하쇼비츠 트위터 갈무리


여기, 아이의 질문을 ‘철학’이라고 말하는 아버지가 있다. ‘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부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의 저자 스콧 허쇼비츠다. 모든 것은 그의 아들 렉스의 도발에서 시작됐다. 렉스는 집을 나서는데 신발을 신지 않고 ‘내가 왜 신발을 신어야 해?’라며 떼를 쓴다. 저자 역시 숱한 부모들처럼 ‘아빠가 하라면 해’라고 답하는 부모였다. 그런데 ‘아빠가 시킨다고 다 해야 되는건 아냐’라는 아들의 대답을 듣고 권위의 근원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사실 모든 권위에는 근거가 없다. 철학자 조지프 라즈에 따르면 권위의 근원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요리사 고든 램지가 아무 식당에서나 훈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권위에는 제한이 필요하다.

저자는 아이의 질문을 듣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문제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도덕’이 무엇인지 가장 밑바닥부터 파헤친다. 예컨대 ‘아이가 욕을 해도 될까’라는 질문을 보자. 저자와 아이들은 ‘왜 어떤 말은 나쁜말일까’에 대해 논의한다. ‘말은 소리의 연속일 뿐인데 어떻게 소리가 나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파격적이며, 수긍할 만하다. 실제로 철학자 리베카 로치는 욕이 되는 단어의 소리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욕설은 그 단어가 표현하는 감정과 똑같이 거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정작 욕설이 ‘나쁜 단어’가 되려면 스토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로치는 욕설이 ‘공격성의 점증’이라는 과정을 통해 탄생한다고 말한다. 렉스는 욕설에 대해 “교회와 같은 점잖은 장소에 있을 때는 욕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저자는 윤리에 관한 중요한 교훈을 깨닫는다. 살인이나 강간은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못인 게 아니다. 그것은 그저 무조건 잘못이다. 하지만 욕설은 사람들이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할 때 잘못이 된다. 이는 ‘인습적 도덕’에 해당한다.



책은 전반부에서 도덕과 인간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느리게 뛰면 창피한 일일까’ ‘내가 저지르지 않은 (인종차별) 잘못에 (백인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할까’ 등의 질문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정체성으로 차별받는 존재가 되거나, 차별하는 존재가 된다. 내가 선택한 정체성이 아니고 직접적으로 잘못한 게 아니더라도, 우연히 갖게 된 정체성 때문에 차별에 따른 혜택을 누린다면 우리에게는 변화의 책임이 생긴다. 저자가 아이들에게 전하는 민감한 문제에 뛰어들 용기와 혐오에 대처하는 논리는 2023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후 후반부에서는 가치있는 삶을 고민한다. 무한한 우주에서 우리의 존재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 나의 삶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 우주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가 나를 때려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것을 우주에서 중요한 존재로 만들 수는 없지만, 어떤 것을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로 만들 수는 있다”며 “우리는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또 “우리가 가족, 친구,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과업과 계획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의미를 갖는다”고 조언한다. 좋은 삶을 이끄는 혜안이 절실할 때 일독할 만하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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