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테리어 업체들의 주가는 좀처럼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인테리어 수요를 좌우하는 재건축이나 전월세 시장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증권가는 인테리어주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권하면서 주택 시장의 회복이 점쳐지는 내년은 돼야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샘(009240)은 전 거래일보다 2.13% 내린 4만 3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 대비 40.6% 급락했다. 2021년 7월 14만 9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던 한샘은 2년 넘게 우하향 중이다.
인테리어 업계의 양대 산맥인 현대리바트(079430)의 상황도 비슷하다. 코로나 시국에 현대리바트 주가는 2만 원대를 넘나들었지만 이날 8060원(-0.86%)에 거래를 마쳤다. 1년 전에 비해서도 현대리바트의 주가는 39.6% 하락했다.
인테리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싸늘하게 식은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시장 침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최근 들어 3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수도권 역시 지난주 0.01% 올라 지난해 1월 3주 차 조사(0.01%) 이후 약 17개월 만에 반등했다. 서울 내 아파트 거래량은 2020년 월평균 6700여 건을 기록한 뒤 2021년 3499건, 지난해 997건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월평균 2500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에까지 온기가 돌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발목을 잡혔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춘다고 해도 연내 고금리 상황이 유지될 수밖에 없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이 여전하고 역전세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전반적인 수요가 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샘은 올해 221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217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셈이다. 한샘은 2020년 931억 원, 2021년 693억 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바 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279억 원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3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2021년(202억 원)에 비해 한참이나 낮은 수준이다.
인테리어주에 대한 수급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샘의 40거래일 평균 공매도 비중은 20%로 집계됐다. 전체 거래 5건 중 1건이 공매도 물량이라는 의미다. 이는 공매도가 가능한 전체 코스피 종목 중 2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주가 하방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주택 거래량이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연내 본격 반등 추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아 올해 유의미한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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