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간) 찾은 독일 뮌헨의 대형 전시장 ‘메세뮌헨’. 오전 9시 전시가 시작하자마자 명찰을 달지 않은 중국 배터리 업계 관계자가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방문했다. 이들이 한참 살펴본 제품은 주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제품 ‘엔블럭 E’로 LG엔솔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팩이 처음으로 탑재됐다.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며 글로벌 ESS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LG엔솔의 행보에 중국도 부쩍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메세뮌헨에서는 K배터리가 해외에서 주최한 첫 전시회 ‘인터배터리 유럽 2023’이 개막하며 인파로 북적였다. 세계 최대 ESS 전시회 ‘ees(전기에너지저장) 유럽 2023’ 등이 동시에 열리면서 수만 명의 참관객이 메세뮌헨을 가득 채웠다.
LG엔솔과 삼성SDI는 고성능 ESS 신제품으로 전시객의 주목을 한껏 받았다. LG엔솔은 주택용 ESS 신규 브랜드인 엔블럭도 공개했다.엔블럭 E는 ESS 배터리 팩을 끼워넣는 간단한 방식으로 최대 5개까지 모듈을 확장할 수 있다. 장승세 LG엔솔 ESS전지사업부장은 “설치 편의성과 간편한 용량 확장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ESS용 대용량 배터리 ‘SBB’를 해외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SBB는 ESS 내에 배터리 셀과 모듈을 하나의 박스 형태로 구성한 제품으로 설치 장소에서 전력망에 연결만 되면 바로 이용이 가능하다.
두 회사 부스에서는 중국에 빼앗긴 ESS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중국 CATL과 BYD도 ees 전시회에 출격한 만큼 올해 유럽에서 ESS 제품을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CATL은 LFP 배터리처럼 값싼 나트륨 배터리도 선보이는 등 위협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부터 나트륨 배터리를 개발해 연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SS 시장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한국은 중국의 시장 장악을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심산이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독점하던 천연가스 대신 태양광을 대안으로 택하고 있는데 태양광의 간헐성과 변동성을 보완하려면 ESS 설치가 필수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엔솔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ESS 점유율은 2020년 55%에서 2022년 15%로 급감했다. 반면 CATL와 BYD는 지난해 각각 43%, 12%를 차지했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는 한국의 전기차용 배터리도 인터배터리 행사에서 눈에 띄었다. LG엔솔은 자사 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한 폭스바겐 ID.3와 르노 메간 E-테크를 전시했다. ID.3는 한 번 충전으로 약 559㎞ 주행이 가능하다. 삼성SDI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이번에 처음 전시했다. 기존 배터리에 비해 규격이 큰 제품으로 천안 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이 구축돼 올 하반기부터 샘플 제작을 시작한다. 고주영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마케팅팀장은 “한층 진화한 배터리 신규 라인업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배터리 유럽에는 국내외 배터리 기업 73곳이 170개 부스를 차렸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인터배터리의 첫 글로벌 전시회가 탄소 중립을 선도하는 유럽에서 개최돼 매우 기쁘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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