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상반기 목표로 추진 중인 ‘세계보건기구 인증 우수 규제기관 목록(WLA·WHO Listed Authorities)’ 등재가 WHO 내부 사정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WLA 등재된 후 수입국이 한국을 참조 국가에 포함시킬 경우 우호적인 의약품 허가 심사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수출길’을 넓혀줄 WLA 등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자 업계에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2021년부터 WLA 등재를 준비해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완료를 목표로 했지만 올해 초 2023년 상반기 내로 목표 시점을 바꿨다. 현재는 상반기 내 등재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실사 및 규제 역량 등 여러 지표에 대한 평가는 모두 끝나 종합적인 심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심사가 길어지며 WLA 등재가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WLA 등재를 위한 준비는 자체적으로 끝마쳤지만 WHO 내부 사정으로 인해 등재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WLA 등재는 제약 업계의 숙원 중 하나다. 한국은 그 동안 선진 의약품 국제협의체(ICH) 회원국 중심의 선진규제기관국(SRA) 국가에서 포함되지 않아 의약품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규제 당국이 우리나라의 규제 시스템이 우수하다고 강조하더라도 그렇게 볼 만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WLA 등재는 WHO가 한국을 우수한 의약품 규제를 갖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규제 기관에서 심사한 의약품을 보다 우호적으로 판단할 근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WLA 등재 이후 수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아·중남미 등 국가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과 규제 수준을 선진국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의약품 심사 과정이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해당 국가들은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국내 제약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시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WLA 등재 이후 참조국 확대까지 된다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등재 이후 식약처는 각국에 한국을 참조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한다. 참조국으로 인정되면 수출 대상국들은 한국의 의약품에 대해 신속한 심사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한 제약사 대표는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WLA 등재 이후 참조국 우선 협력 국가를 선정해 추진하고 진행 상황을 업계와 공유해주길 희망한다”고 건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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