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대표 여름 음악 페스티벌 ‘2023 여우락 페스티벌’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축제하는 인간’을 주제로 전통음악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이 어우러지는 12편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우락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은 대금 연주자 이아람은 “그간 여러 질병으로 관객들이 페스티벌을 찾기 어려워졌지만 이겨내고 극장을 찾고 계신다”면서 “이를 불태우기 위해서 ‘축제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잡아봤다. 관객 분들께서도 우리 안에 있는 축제 본능을 깨워서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 ‘불문율’은 판소리 명인과 무녀 김동언이 함께 만드는 무대다. 이들은 판소리 강산제 ‘심청가’와 동해안별신굿의 ‘심청굿’을 번갈아 주고받으며 고전 ‘심청’의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한다. 이아람 감독은 “판소리와 굿이 같이 오르지 않는 것이 (기존의) 불문율이라고 생각해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면서 “과감한 실험과 도전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공연 중 하나라고 생각해 개막작으로 모시게 됐다”고 밝혔다.
판소리·굿·탈춤·농악 등 기존 전통음악에 더해 클래식과 전자음악 등 장르를 넘어선 협업도 이뤄진다. 폐막작인 ‘백야(7월 21~22일)’에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대금 연주자 이아람이 현대음악의 거장 아르보 패르트의 작품부터 전위 음악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한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전통 현악기 연주자 킹 아이소바는 사물놀이 그룹 느닷과 ‘리듬 카타르시스(7월 13~14일)’로 아프리카와 한국의 장단을 조화롭게 그려낼 예정이다.
농악판에서는 두 상쇠(농악에서 꽹과리를 치면서 전체를 지휘하는 사람) 명인이 30년 간 갈고 닦은 흥을 폭발시킬 예정이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호남여성농악 상쇠 보유자 유순자 명인과 국가무형문화재 김천금릉빗내농악 8대 상쇠 손영만 명인이 ‘추갱지르당(7월 19~20일)’ 공연을 통해 호흡을 맞춘다. 손영만 명인은 “관람료는 3만 원이라고 써 있지만 30만 원 값어치가 되도록 유순자 명인과 열심히 하겠다”면서 “유순자 명인과는 묘한 인연이 있다. 1990년도 초에 공연을 한 후 느닷없이 뺨을 때린 후 뽀뽀를 하더라. 그것이 인연이 돼서 국립극장에서 이 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판소리 창작자 박인혜가 극본·연출·작창을 맡고 출연하는 1인 판소리 음악극 ‘생불할망본풀이(7월 1~2일)’가 베이스·전통 타악기와 지화로 가득 채운 무대로 관객을 만난다. ‘가장무도: 탈춤의 연장(7월 4~5일)’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전해지는 14개의 탈춤을 젊은 탈꾼들이 재해석해 선보이는 무대가 열린다. 록 밴드 잠비나이의 해금 연주자 김보미와 스쿼시바인즈가 만드는 ‘신:지핌(7월 6일)’과 민속음악과 재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드러머 사토시 다케이시와 음악감독이자 황민왕이 협업으로 선보이는 ‘장:단(7월 8~9일)’도 기대를 모은다.
이외에도 5명의 젊은 솔리스트가 만나 만드는 공연 ‘시너지(7월 8일)’·장르 간 경계를 넘어선 더튠과 세움이 만나 만드는 ‘자유항(7월 12일)’가 열린다. 다음달 15일에는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인 ‘여우락 아카데미’ 10주년을 맞아 역대 수료생들이 펼치는 무대 ‘여우락 홈커밍’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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