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이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흔들리던 태영건설(009410)이 또 신용 위기에 봉착했다. 신용등급이 4년 만에 A-등급으로 주저앉으면서다. 높은 부채 비율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이번에도 발목을 잡았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2019년 6월 A등급으로 상향된 지 딱 4년 만이다.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는 과중한 재무 부담이 꼽힌다. 태영건설의 순차입금은 연결 기준 2021년 말 9461억 원에서 올해 3월 1조 6340억 원까지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 PF 보증 규모도 2020년 말 1조 3000억 원에서 올 3월 2조 4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분양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은 지방 물량이 많다는 점도 회사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지적됐다.
회사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재무 구조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태영건설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아파트 분양 시장 부진과 공사 원가 상승 등에 따라 2021년 6.3%, 지난해 3.5%, 올 해 1분기 2.7%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한기평은 “수익성을 제약하는 요인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분양 성과나 자금조달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늘어난 재무부담을 단기간 내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취약한 태영건설의 재무 구조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태영건설은 2020년 9월 티와이홀딩스(363280)를 인적분할하며 자본 규모가 1조 209억 원에서 7080억 원으로 감소했다. 부채 비율도 2020년 6월 234.4%에서 2020년 말 487.2%까지 두 배 넘게 치솟았다.
SBS(034120)미디어홀딩스 등 ‘알짜’ 계열사 대부분이 티와이홀딩스로 이전된 반면 차입금은 태영건설에 남겨진 탓이다. 재무구조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적 분할을 강행한 건 윤석민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신용 위기와 실적 부진이 겹치며 주가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달 16일 태영건설 종가는 4190원으로 지난해 6월 초(8570원)와 비교해 반토막났다. 2021년 5월 고점(1만 4250원) 대비로는 70.6%나 추락했다. 주가 부진이 계속되자 이재규 부회장은 16일 자사주 23만 6970주를 장내 매입했다.
한편 한기평은 16일 중견 건설사 한신공영(004960)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일성건설(013360)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건설사 신용등급 하향 사례가 잇따르자 하반기 건설사 신용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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