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3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데이터 가치평가기관’으로 지정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보는 발 빠르게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데이터 가치 평가 수혜기업 2곳 선정했지만, 기보는 감감 무소식이다. 기보를 통해 데이터 가치를 평가받아 대출 보증에 활용하려고 했던 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보는 최근 데이터 가치평과 결과에 따라 최대 10억 원의 운전자금 대출 보증을 지원하는 ‘데이터 가치평가 보증’ 상품을 정식 출시했다. 대상 기업에는 보증비율 우대(90%), 보증료율 차감(0.3%포인트), 심사 완화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
정식 보증 지원 상품의 첫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3차원(3D) 모션캡쳐 데이터를 사업화한 스타트업 ‘이엠피’다. 이엠피는 모션캡쳐 데이터를 생산 후 판매하거나, 자체 그래픽 콘텐츠를 제작해 서비스에 활용하는 등 데이터 기반 사업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신보는 데이터 가치평가의 안정적인 시장 정착을 위해 이달 말까지 보증 지원을 신청하는 기업들에게는 평가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신보는 올 4월에도 애드테크 스타트업인 ‘애드’를 국내 1호 데이터 가치평가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데이터 보증 상품을 정식 출시하진 않았지만,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 등을 4주간 전담 투입해 국내 첫 ‘데이터 가치 평가’ 타이틀을 획득한 것이다.
반면 기보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데이터 가치평가 기업 선정은 물론 구체적인 상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데이터 가치평가기관 선정에 자금 조달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환영했던 벤처·스타트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기술평가 기관으로 평가모형과 우수한 평가인력 등 상당한 노하우를 갖춘 기보의 더딘 행보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기술 평가료 등 평가모형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이미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업계에서는 데이터 가치평가기관으로 선정된 곳들 중 기보가 가장 먼저 나설 줄 알았는데 속절없이 미뤄지고 있어 속도 함께 타고 있다”고 말했다.
기보는 이에 대해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데이터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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