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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추경호의 이유있는 ‘추경불호(不好)’

■송종호 경제부 차장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경정(更正) 즉 바르게 고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개인이 돈이 부족하면 씀씀이를 줄이듯 정부도 세수가 부족할 때는 국회에 예산을 줄여달라고 감액추경을 요청할 수 있다. 물론 예산을 줬다 뺏는 일이라 쉽지 않고 하더라도 인기가 없다. 대신 돈이 부족해도 계획된 예산대로 지출하거나 더 늘리는 방식의 증액추경을 할 수 있다.국채를 발행해 빚으로 부족한 세수를 채우는 식이다. 역대 추경은 빚을 더 내는 방식이 태반이었다. 바르게 고친다는 말이 무색했다.

습관성 추경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쐐기를 박았다. 그는 야당의 35조 원 추경 주장을 겨냥해 “감액추경 즉 지출효율화를 위해 지출을 줄여나가는 추경 필요성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빚 내는 추경은 더 이상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4월까지 34조 원 가까이 적게 걷힌 세수를 두고서 해법은 증액추경이라는 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세수만 문제가 아니다. 국가채무는 4월말 기준(중앙정부 채무) 1072조7000억 원(6월 재정동향)을 넘겼다. 연말 국가채무 전망치인 1100조3000억 원까지 30조 원가량 만 남겨둔 실정이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4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정부 전망치의 78%인 45조4000억 원에 달한다.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다. 전임 정부는 세수가 너무 많아서 문제더니 이제는 세수가 부족하다고 난리다. 세수추계 오차가 반복되자 변화된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모델링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경영활동이 바뀌고, 가계의 경제활동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오차가 두드러졌다. 말 그대로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구조적 전환 시대다.

추 부총리는 부족한 세수에 불용액과 여유 기금을 활용해 대처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는 어림없다는 주장에도 추 부총리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돈이 부족해 결국 추경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탈탈 털어 어디에서 허투루 혈세가 낭비되는지 찾아내겠다는 식이다. 밑바닥을 봐야 구조 전환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현직 의원인 추 부총리도 선거 앞에 나랏돈 푸는 추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도 부총리 이전에 정치인이다. 유혹을 견디고 있을 뿐이다. 추 부총리마저 추경 여지를 주는 순간 여야를 따지지 않고 정치권은 총선 앞에 나랏빚 늘리기에 내달릴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재정 소요 법률 1110건을 분석한 결과(국회 예정처) 향후 5년 간 92조 원의 재원이 필요했다. 불과 1년 만이다. ‘추경호 추경불호(追更不好)’라며 웃을 일이 아니다. 절실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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