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원·엔 환율이 장중 800원대까지 떨어졌다. 원·엔 환율이 9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이다. 나 홀로 통화 완화 정책을 고집하는 일본은행(BOJ)이 확실한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돈 풀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엔화 가치 추가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역대급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여행수지 적자 확대와 수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장중 100엔당 897.49원을 기록하며 8년 만에 900원대가 무너졌다. 아베노믹스 당시 대규모 양적 완화로 엔화 가치가 급락했던 2015년 6월 25일(897.9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올 4월 27일(1001.61원)과 비교하면 두 달도 안 돼 100원 넘게 급락한 셈이다. 이날 80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은 소폭 반등한 905.21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가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100엔당 890원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겠지만 현 수준이면 저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890원 선 아래까지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원·엔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 통화 당국의 정책 선회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고 미국의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미일 금리 차도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미일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라며 “올해 하반기 미국의 10년물 금리가 하락하고 미일 금리 차가 축소된다면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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