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교육 질서 왜곡을 야기하는 이른바 ‘사교육 이권 카르텔’에 칼을 빼들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배제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뤄진 자립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어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임 정부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을 추진해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며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방교육재정은 2017년 65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83조 80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 반면 중학교 3학년 기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8년 6.9%, 2020년 9.0%, 2022년 11.1%로 학교 교육의 질적 하락이 수치로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공교육의 공백을 틈타 사교육비는 문재인 정부 5년간 50.9%(1인당 월평균 41만 원)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정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근본 원인으로 킬러 문항을 지목하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출제 기법을 고도화해 좋은 문항들을 개발하면 적정 난이도와 함께 변별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당정의 입장이다. 또 수능 입시 대형 학원 등의 거짓·과장 광고 등에 대해 엄중 대응하는 한편 공교육 비중을 높이기 위해 EBS를 활용한 지원을 강화하고 방과후 과정에 대한 자유수강권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에 대한 2025학년도 일반고 전환 방침도 백지화된다. 대신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맞춤 교육을 실시하며 지역의 자율적인 교육 혁신을 통한 교육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지금 자사고 전환 등과 관련한 법적 소송에서 학교 측이 승소하는 방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존 학교의 지위를 유지해주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가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책임지고 보장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학력 진단을 강화하고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 학습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교사의 수업?평가 역량을 강화하며 교권 보호 등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협의된 내용을 토대로 21일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27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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