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헤리티지(역사)와 품질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안목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을 벤츠의 글로벌 4대 판매 시장으로 성장시킨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는 16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최로 진행된 송별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벤츠를 포함해 럭셔리 자동차가 많이 팔리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클라인 대표는 “한국 소비자는 차에 대한 선호가 강하게 드러나고 브랜드 헤리티지에 대해 많은 이해를 갖고 있다”며 “자동차뿐 아니라 패션, 의류, 고급 시계 등 명품 부문에서 이런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소비자는 제품(차)을 자신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하면서 자신의 취향과 사회적 입지를 표현한다”며 “벤츠코리아는 한국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제품에 적응해나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클라인 대표는 2021년 1월 벤츠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뒤 벤츠코리아를 국내 수입차 시장 ‘부동의 1위’ 브랜드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벤츠코리아는 그의 지휘 아래 지난해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연간 판매 8만 대를 돌파했고 한국 진출 이후 가장 높은 매출(7조 5400억 원)과 영업이익(2818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을 일궈낸 클라인 대표는 본사 제품 관리·판매 총괄로 승진하며 다음 달 한국을 떠난다.
클라인 대표는 지난 2년 반 동안 벤츠코리아를 이끌면서 럭셔리·전동화 전략을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벤츠의 럭셔리 브랜드인 마이바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국가가 됐고 벤츠 주력 모델 E클래스는 한국에서만 누적 판매 20만 대 이상을 달성했다. S클래스 판매 순위도 3위에 올랐다. 아울러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벤츠 차종 가운데 약 10%를 전기차가 차지한다.
그는 “벤츠 브랜드가 가진 럭셔리 영역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부임 기간) 판매 대수는 5% 성장했지만 매출은 45% 늘었기 때문에 이러한 럭셔리 전략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이어 “전동화도 중요한 축이었다. 본사와 치열하게 싸워 더 많은 전기차 모델을 한국 시장에 들여왔다”며 “그 결과 전기차 판매는 2020년 대비 8배 성장했고 수입 브랜드 중 전기차 판매 1위를 할 정도로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벤츠의 주요 판매국으로 떠오른 만큼 본사 입장에서도 벤츠코리아 대표라는 직책의 의미는 남다르다. 실제 클라인 대표를 포함해 역대 3명의 사장은 모두 본사의 부름을 받아 중책을 맡았다. 클라인 사장은 “벤츠코리아 대표는 누구나 해보겠다고 해서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조직 내에서 선택돼야만 갈 수 있는 자리”라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한국이 핵심 시장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어떻게 끌어나가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담이 큰 자리”라며 “그만큼 본사도 한국 내 의견을 경청하며 적극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떠나며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는 시시각각 바뀌는 국내 자동차 규제를 꼽았다. 그는 “새로운 규제가 좀 더 장기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도입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로 매년 바뀌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꼽았다.
그는 “만약 1월부터 한국 소비자에게 제품을 전달하려면 전년 7월에 주문을 넣어야 하는데 한국은 1∼2월이면 보조금 제도가 바뀌어 준비할 만한 상황이 되지 못한다”며 “2∼3년 정도의 간격으로 제도를 진행하면 더 잘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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