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증권가의 예상을 깨고 증시가 강세장을 연출하면서 우량주로 불리는 시가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 수가 5곳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종목과 엔터주의 몸값이 크게 뛰면서 에코프로(086520)와 하이브가 시총 ‘10조 클럽’에 가입했고 삼성전기(009150)와 삼성화재(000810)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다만 우량주들의 시총 증가액은 코스피나 코스닥 상승률을 밑돌았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시총 10조 원을 넘은 상장사(코스피·코스닥)는 총 36개로 지난해 12월 29일(31개) 대비 5곳(16%) 늘었다. 10조 클럽에 속한 회사의 평균 시총은 38조 4249억 원으로 지난해 말(34조 8074억 원)보다 10.3% 증가했다. 덩치가 크고 유통 주식 수가 많은 종목들이다 보니 올 들어 코스피 상승률(13.7%)이나 코스닥 수익률(26.5%)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새로 시총 10조 원을 넘어선 곳은 7개사였는데 2차전지 관련 종목이 3곳이나 됐다. 코스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시총이 지난해 말 9조 8299억 원에서 11조 5365억 원으로 17.3% 증가했다.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2조 5966억 원→20조 2903억 원)의 시총이 8배가량 급증하며 시총 10조 원 이상 종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9조 원→25조 9174억 원) 역시 187% 급등했다.
엔터주인 하이브 역시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하이브 시총은 7조 1748억 원에서 12조 7863억 원으로 6개 월 만에 77.9% 급증했다. 이와 함께 삼성 계열사인 삼성전기가 시총이 8.9% 늘면서 1년여 만에 10조 클럽에 복귀했고 삼성화재 역시 보험업에 대한 호평이 늘면서 시총이 12.7% 증가해 10조 원을 넘어섰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몸값이 23.2% 늘어 11조3148억 원을 기록했다.
10조 클럽에서 탈락한 곳은 2개사였다. 고려아연(010130)의 시총은 11조 2028억 원에서 9조 7627억 원으로 13.3% 감소했다. 지난해 말 2차전지 전해질 동박 생산업 등으로 주목받았으나 올해 들어서는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혜가 기대보다 약했던 LG생활건강(051900)도 시총이 10조 원 밑으로 떨어졌다. LG생건의 시총은 7조 7778억 원으로 지난해 말(11조 2028억 원) 대비 30.5% 급감했다. LG생건 주가는 49만 8000원으로 8년 만에 50만 원 선도 무너졌다.
시총 상위권 기업 중에서는 반도체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425조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전체 가치가 28.7%(95조 원)가량 늘었다. SK하이닉스(000660)(82조 원) 시총은 51.3%(28조 원) 급증했다. LG전자(066570)(44.5%)와 포스코홀딩스(43%), 기아(000270)(38%), 현대차(005380)(32%)의 시총 증가율도 눈에 띄었다.
시총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SK였다. 지난해 말 14조 원이던 전체 몸값은 11조 7849억 원으로 15.9% 감소했다. 그룹 내 투자금이 많이 필요한 배터리 등의 사업으로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이 주가를 짓눌렀다는 분석이다. 한국전력(-15.3%)과 KT&G(-9.2%) 등도 시총이 적잖이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바이오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8.03%) 역시 시가총액이 4조 7000억 원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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