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미국에서는 영부인 엘리너 루즈벨트가 흑인 여성들의 비밀 클럽을 조직해 봉기를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미국 남부 지역의 여러 신문에 게재 됐고, 급기야 백악관은 FBI에 이 소문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한다. 당시 미국 남부에서는 2차 대전에 참전한 수백만 명의 흑인들이 공장에서 일하고 군에 입대하며 경제적 지위를 획득하고 있었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이런 변화가 마뜩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흑인들이 봉기할 것’이라는 소문은 백인으로 하여금 흑인을 경계하게 만드는 이슈였다. 하지만 이는 훗날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로 밝혀진다.
‘CIA 분석가가 알려주는 가짜뉴스의 모든 것’은 가짜뉴스의 역사적 근원을 파헤쳐, 가짜뉴스가 어떤 기술이나 도구에 의해 나타난 최근의 현상이 아님을 강조한다. 가짜뉴스의 형태는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다. 예컨대 특정 집단을 제거할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동성애자가 모두 에이즈 환자라는 가짜뉴스를 쉽게 믿을 것이다. 저자는 가짜뉴스가 인간을 쉽게 속일 수 있는 배경에는 사람들의 ‘편향적 정보 선택’ 경향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쪽의 의견은 좀 더 믿고, 반대의 의견은 좀 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다. 결국 가짜뉴스는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을 재확인하는 정보에 더 우호적’이라는 심리적 현상 때문에 퍼지기 시작한다.
때문에 인간 사회에는 가짜뉴스가 원래 존재했다. 고대 이집트의 람세스 2세, 프랑스의 왕 루이 13세, 미국 독립의 영웅 벤저민 프랭클린도 모두 가짜뉴스를 즐겨 작성하고 유포했다.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짜뉴스를 널리 활용한 대표적 인물들이다.
하지만 가짜뉴스가 SNS라는 도구를 만나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례를 보자. 2018년 멕시코 중부에서는 왓츠앱 메신저에서 ‘어린이들이 사라졌고 일부는 장기가 제거된 흔적이 있었다’는 메시지가 나돌았다. 끔찍한 뉴스인만큼 사람들은 장기밀매범죄가 실제로 일어났을 것이라 확신했고, 어느 소도시에서 두 명의 외지인이 범인으로 지목 당했다. 사람들은 모여들어 이들을 산 채로 불태워 죽였다. 공포, 분노라는 감정을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조종하는 가짜뉴스에 집단이 가스라이팅 당한 끔찍한 결과다.
그렇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세력에게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가짜뉴스와 싸워야 한다. 저자는 ‘감정을 자극하는 가짜뉴스를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짜뉴스는 감정을 이용해 사람을 속인다. 인종차별주의, 정치적 분열, 음모론 등을 이용해 거듭해서 거짓말을 퍼붓는다. 가짜뉴스는 보면 볼수록 거기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모든 세대의 사람들도 이와 똑같은 문제를 겪었고 그때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우선 뉴스를 읽을 때 자신의 감만 믿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수많은 개인적 편향을 갖고 뉴스를 해석한다. 특정 정보가 진실인지 알아내는 일에서 우리의 감은 결코 신뢰할 수없다. 또한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해서 대뜸 가짜뉴스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정보가 있더라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그내용이 과연 틀렸는지를 진심으로 고려해보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강조한다. ‘나는 편향되었고, 너도 편향되었고, 우리 모두 편향되었다’고.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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