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코스피가 이번 주 20여일 만에 2600선을 내준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현재 조정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만 1조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으나 추후 다시 수급이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증권가는 2분기 어닝시즌까지 종목 중심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반도체·원자력발전 등의 업종을 추천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주 코스피는 직전 주보다 55.69포인트(2.12%) 내린 2570.1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5거래일 중 4일 하락하면서 21일에는 이달 2일 탈환했던 20여일 만에 2600선을 내주기도 했다. 2650선을 뚫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는 단기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직전 주보다 13.11포인트(1.48%) 내린 874.84에 장 마감했다. 강세장에서도 900선을 뚫지 못한 코스닥은 이달 800선 중후반대에서 횡보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매물이 지수를 짓눌렀다. 올 들어 13조 원 넘는 순매수 행렬을 보이던 외국인은 이번 주 1조 1355억 원 순매도로 태세전환했다. 기관 역시 5754억 원 순매도로 힘을 더했다. 반면 현 시장을 단기 하락으로 진단한 개인은 1조 9486억 원 사들이면서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코스닥에서의 수급 양상도 코스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외국인이 4266억 원, 기관이 883억 원 팔면서 지수 하방을 높인 반면 개인은 6417억 원을 사들이면서 ‘줍줍’에 나섰다.
다음 주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단기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추가 하락하거나 박스권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금융 여건 악화가 우려되고 5월 이후 국내 증시가 단기 랠리를 펼쳤던 것에 대한 부담이 차익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분기까지는 기업들의 실적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추가로 매물을 시장에 던질 개연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다만 외국인의 순매도 행렬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스권 장세에서 차익실현 욕구가 커져 외국인의 매도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추후 코스피의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기 시작하면 코스피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점차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005940)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코스피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2% 상향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4분기 실적 전망치가 함께 개선되고 있으며 2분기보다 하반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2분기 실적 시즌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기업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가시성이 높아질 경우 주가 상승세가 주춤한 종목들의 재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005930)를 팔지 않고 오히려 전체 순매도 속에서도 계속 사들이고 있다는 점 역시 외인 자금 이탈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외국인은 이번 주 코스피를 1조 1355억 원 순매도하면서도 5144억 원어치 사들였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흐름이 둔화돼도 삼성전자 선호는 여전하다”라며 “한국 증시의 ‘벤치마크’를 계속 쥐고 있는 이상 수급 이탈을 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2분기 어닝시즌까지는 종목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밴드로 2530~2650포인트로 제시하면서 반도체·원자력발전·방산 등의 업종을 추천 업종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종목 옥석 가르기 관점에서 관심 가질 이슈는 미중 대화 재개”라며 “미중 관계 변화가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업종을 선호해야 하며 당분간 미중간 우호적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부양에 따른 중국 관련주(화장품·의류, 철강)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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