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서도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을 시행할 뜻을 내비쳤다. 거주 공간이 다른 사람과 계정을 공유할 경우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한 정책으로 신규 가입 행렬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랜도스 CEO는 22일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진행한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행사에서 "계정공유 방식의 경우 글로벌하게 지속할 예정"이라며 "오늘(22일) 특별하게 공지할 것은 없으나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을 적용할 것이라고 시사했지만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계정 공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남미 국가에서는 작년 3월부터 시범 시행했다. 올 2월 뉴질랜드와 스페인, 캐나다, 포르투갈에서도 실시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부터 미국에서 넷플릭스 계정이 한 가구 내에서만 이용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이 시행되면 거주 공간이 다른 사람과 계정을을 함께 사용할 경우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기존 계정에 같은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추가하려면 한 달에 7.99달러(약 1만원) 이상의 요금을 내게 하거나 새 계정을 만들어 가입하도록 안내했다.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의 기기에서 계정 로그인이 되거나 계속 사용되는 경우 회원에게 이를 인증하도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동거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계정에 로그인한 디바이스의 IP 주소, 디바이스 ID와 계정 활동 등 정보가 이용된다. 판별 과정에서 한 가구에 사는 것이 아니라고 확인되면 콘텐츠 시청을 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계정 소유자에게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로 4자리 인증 코드가 포함된 링크를 보내고, 소유자는 15분 내 인증 요청 메시지가 표시된 기기에 코드를 입력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도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을 시행하면 이용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50대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를 상대로 실시해 올해 3월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나눠서 내는 넷플릭스 시청자의 62.8%는 거주지가 다른 이용자 간 계정 공유를 금지할 경우 넷플릭스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비용 분담 시청자 중 추가 요금을 더 분담하고 계속 넷플릭스를 보겠다고 한 이들은 7.7%였고, 계정을 새로 만들어 넷플릭스에 가입하겠다고 한 이들은 6.4%에 그쳤다.
넷플릭스의 의도대로 이용자가 증가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제한 조치가 구독자 유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계정 공유를 본격적으로 제한한 이후 신규 가입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트리밍업계 분석업체 안테나가 이달 9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금지 방침을 공지한 지난달 23일 이후 나흘간 일일 신규 가입자 수가 해당 데이터 분석이 이뤄진 4년 반 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26일과 27일의 가입자 수는 각각 거의 10만 명에 달했다. 나흘간(지난달 24∼27일)의 하루 평균 가입자 수는 7만 3000명으로, 이전 60일간의 일평균보다 102% 증가했다. 계정 공유 단속 효과로 신규 가입자 수가 2배 수준으로 급증한 셈이다.
한편 서랜도스 CEO는 한국 콘텐츠(K콘텐츠)의 잠재력과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며 차세대 제작자들을 발굴하는 데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한국 창작자들과 넷플릭스는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어왔지만, 한국 콘텐츠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는 겉핥기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4년 동안 25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고, 이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투자한 것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투자금은 향후 차세대 창작자들을 육성하는 데도 쓰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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