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열풍으로 주식 투자에 대한 개인의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부동산 투자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느끼는 장벽은 여전히 높다. 일정 수준의 자본력이 필요하다는 선입견이 강하고 소위 ‘꼬마빌딩’이라 하더라도 자산 가치가 100억 원 안팎이어서 개별성과 다원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신사업추진단장으로 근무하던 홍재근 카사코리아 대표는 부동산 투자의 이 같은 장벽을 허물면 거대 신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카사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리서치센터 미래산업팀장을 지낼 때도 카사와 조각투자 업계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내는 등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한 그는 부동산 투자의 강자인 대신파이낸셜그룹을 등에 업은 카사가 8월부터 신규 건물 상장 랠리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홍 대표는 이를 통해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의 확장 및 대중화에 앞장선다는 포부를 제시했다.
홍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카사코리아 공유 오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금융 당국과 약속한 전자증권 전환 과정을 마친 뒤 8월 말부터 꾸준히 새로운 건물들을 상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100억 원 미만의 중소형 부동산 거래 시장이 표준화돼 있지 못하다는 태생적 한계를 카사코리아가 상품화·체계화를 통해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각투자 상품들과 달리 부동산이 등기와 신탁 등의 제도적 장치로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체계가 구축돼 있는 것에 홍 대표는 일찌감치 주목했다. 그는 기술보증기금과 중소기업연구원 등에서 일하며 혁신을 갈망해왔는데 사회적 보호망을 갖춘 카사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가졌다고 본 것이다. 홍 대표는 “전공이 ‘이노베이션 매니지먼트’라 항상 새로운 결과를 낼 수 있는 혁신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아직은 부동산 조각투자가 금융상품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지만 추후 다양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8년 설립된 국내 첫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카사는 건물을 기초로 부동산 디지털수익증권(Digital Asset Backed Securities·DABS)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한 거래 플랫폼이다. 카사의 거래 과정은 신규 건물 공모→DABS 거래 및 임대료 정기·수시 배당→신탁 부동산 처분 및 처분 수익 지급이라는 큰 틀로 구성된다.
카사가 물건(건물)을 접수한 후 감정평가·상장위원회 등을 거친 후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토지신탁이 기존 건물주와 부동산 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이후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뒤 DABS 거래가 진행된다. 상장사들이 분기·반기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처럼 카사에 상장된 건물들도 운용보고서 등을 정기·수시 공시 형태로 제출한다.
DABS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지분율대로 건물에서 발생한 임대료를 배당금으로 지급받는다. 이후 건물 매각 시기가 되면 수익자 총회를 통해 건물 매각 여부를 의결하고 처분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분배하면 상장사로서 건물의 생애 주기는 종료된다.
6년 차를 맞은 카사는 지금까지 총 6개 건물을 상장했다. 이 중 ‘역삼한국기술센터’ ‘역삼런던빌’ 등 2개의 건물은 이미 매각 절차를 마쳤으며 4개 건물의 DABS가 카사를 통해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21년 9월 공모를 진행해 상장한 한국기술센터는 2022년 4월 매각을 완료했는데 5개월간 누적 수익률이 12.24%에 달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겼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 넘게 하락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수익률이다.
부동산 조각투자 업계에서 존재감을 서서히 끌어올려온 카사가 ‘메기’가 된 배경에는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신파이낸셜그룹이 있다. 대신증권을 필두로 한 대신그룹은 나인원한남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등 부동산에 독보적인 강점을 가진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홍 대표와 경영진이 주목한 점은 대신그룹과의 시너지다. 대신그룹은 나인원한남 개발 사업을 담당한 디에스한남의 모회사 대신에프앤아이와 대신자산신탁 등의 부동산 전문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홍 대표는 “당장 카사와 대신그룹이 뭔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겠지만 부동산 금융그룹을 지향해온 대신그룹에 카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와 카사의 단기적인 목표는 투자자들이 공모 및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건물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4개 건물의 DABS가 거래 중인 카사는 지난해 6월 이후 신규상장이 전무하다. 투자자 접근성 및 시장 확대를 위해 꾸준한 상장이 절실하다는 것이 홍 대표의 의지를 자극하고 있다. 현재 카사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전자증권으로 사업구조를 변경해야 한다는 지침을 받은 뒤 대신증권과 거래 계좌를 연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시스템을 모두 갖춘 후 이르면 8월 말부터 신규 건물들을 계속해 상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카사코리아는 8월 말 대신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 보일 건물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홍 대표는 “카사가 1년 정도 신규상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체제하에서 금융 당국과 규제 적합성을 잘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건물을 선별해 꾸준히 상장시키면서도 부동산 신탁 수익증권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투자 권익·규범·투자자 보호 등에 대한 검토에도 신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후의 목표는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의 표준화를 완성하고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동산 수익증권을 새로 접한 투자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갖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홍 대표의 철학이다. 수천억 원대의 물류센터 등의 물건을 담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가 아닌 100억 원 미만의 꼬마빌딩을 다루는 부동산 조각투자에 큰 흥미를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츠에 편입된 부동산은 규모가 커 작은 사이클에 대응하기 쉽지 않지만 꼬마빌딩들은 보다 유연한 대응으로 투자자들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조각투자와 리츠는 간접투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조각투자는 개인의 직접적 경험과 그 경험에서 나오는 즐거움, 그리고 단기 매각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다”면서 “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카사가 앞장서 부동산 수익증권 표준화를 이뤄내 안전하고 즐겁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모을 것”이라며 “재미와 즐거움을 느낀 투자자들이 재차 조각투자의 문을 두드리는 선순환을 통해 시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의 목표는 단순히 조각투자 활성화 흐름과 운에 의존한 바람은 아니다. 부동산 조각투자가 안전하고 즐거운 투자처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카사가 건물 선별·심사, 투자자 보호 등 방파제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홍 대표는 “대신그룹 경영진으로부터 ‘투자자 입장에서 직접 투자하고 싶은 건물을 상장시켜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혁신금융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카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거시경제, 부동산 경기의 큰 흐름에 휘말린 돛단배가 아니라 잠재적인 매수자가 충분히 있는 건물을 선별하기 위해 내재 가치가 충분히 있는 건물을 선보이는 것이 카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