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2차전지·로봇·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정관에 추가한 상장사들은 반기보고서에 사업 진행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실제 사업과 연관이 없는데 주가만 띄울 목적으로 사업을 추가하는 관행에 칼을 빼 들었다.
금감원은 28일 신사업 추진 경과 공시를 의무화하는 서식 개정을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은 정관 사업 목적에 추가한 사업의 세부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정기적으로 공시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됐다. 추진 내역이 없는 경우에도 미추진 사유와 추진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회사의 실제 사업 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앞으로 1년 이내 추진 계획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그 예정 시기를 적어야 한다.
이번 개정 서식은 올해 반기보고서부터 적용한다. 공시 대상은 최근 3개 사업연도 동안 정관상 사업 목적에 추가한 모든 사업이다. 금감원은 하반기에 개정 서식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중점 점검도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정관에 새로운 사업 목적을 추가하면서도 진행 경과와 계획 수립 여부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정관에 추가한 사업은 주주총회에서 결의한 것이기에 관련 진행 상황은 주주·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신사업 공시를 강화하고 나선 것은 최근 불공정 거래 세력이 테마주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 실체도 없는 신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감원은 4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105개 상장사가 2차전지·AI·로봇 관련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만 91개사에 달한다. 2차전지 관련 사업을 추가한 회사가 총 54개사다. 금양(001570)의 경우 2차전지 매출이 아직 없음에도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이유만으로 지난해 7월부터 주가가 20배 가까이 급등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같은 달 25일 임원회의에서 “올 들어 코스닥을 중심으로 2차전지를 비롯한 미래 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며 “불공정 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주·투자자는 주주총회에서 결의된 신사업의 진행 상황을 적시에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공시 강화를 통해 특정 테마에 편승한 허위 신사업 추진 등 불공정 거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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