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종료됐던 한일 통화스와프를 양국 정부가 8년 만에 복원하기로 했다. 당시와 같은 100억 달러 규모로 자국 통화를 각자가 보유한 미국 달러화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최근 외환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만큼 시장 안정 기능보다는 양국 관계를 회복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에서 주목할 점은 다른 국가와의 통화스와프와 달리 한국은행이 아닌 기획재정부가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통화스와프 복원 합의 자체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과의 8차 재무장관회의에서 발표됐다. 추 부총리는 이달 초부터 재무장관회의서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하겠다고 공식 언급한 상태다.
반면 미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2023년 3월), 호주(2023년 2월), UAE(2022년 4월), 터키(2021년 8월) 등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거나 연장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한국은행은 이번엔 별도 자료를 내지 않았다. 어제 합의로 한일 통화스와프가 바로 체결된 것이 아니라 재개 합의만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추후 일본은행과 공식 계약을 맺는 단계에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 참석차 자리까지 비웠다.
통화스와프는 급할 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중앙은행끼리 체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금융협력으로 꼽힌다. 정치·외교적인 관계가 큰 영향을 주지만 정부보단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다. 지난해 7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했을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재무부가 아닌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역할이기 때문에 옐런 장관과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왜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섰을까. 답은 외환보유액 관리 주체가 일본 재무성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운용하고 관련 통계도 매달 발표한다. 반면 일본은 재무성에서 외환보유액 통계를 발표하는 등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일본은 외환보유액 대부분을 미국 국채를 사서 보유하는 단순한 수준이라 전문적인 운용도 필요하지 않아 재무성이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실무적인 역할에 그친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카운터 파트너인 우리 기재부가 나선 것이다. 반대로 미국은 통화스와프 체결 주체가 연준이기 때문에 한은이 논의 대상이다. 2008년이나 2020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를 되돌아보면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는 위기 대응 성격이 강해 극비로 추진하고 계약 체결과 함께 발표해왔다. 이번엔 한일 정부 간 합의이고 위기 대응보단 정치적 의미가 크기 때문에 한 달 전부터 언급됐던 것이다.
추 부총리는 전날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미·일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외환·금융 분야에서 확고한 연대 협력의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자유시장경제 선진국들 간 외화 유동성 안전망이 우리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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