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이러다 다 죽는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의 이유 있는 외침 [생생보건] <1>

응급실 수용 곤란…근본 원인은 배후진료과 의료진 부족

처우 개선 없는 의대 정원 확대는 뜻한 효과 못 거둘 수도

수가 잘못건드리면 대학병원 의사 되레 개원가로 나갈것

‘사람 살리는게 먼저’라며 응급환자받았단 소송 휘말릴판

진료 결과 나쁘면 환자 많이 받았다고해서 익스큐즈안돼

경증임에도 ‘본인 먼저’ ‘가족 먼저’ 고집하는 행태도 문제

한 응급의료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잇따른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 현재 진행형인 ‘소아과 오픈런’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다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합니다. 5년 넘게 보건복지부와 병원 등을 출입하며 기사를 작성해 온 기자로서 우리나라의 더 나은 의료 시스템 구축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 이름을 단 연재물 첫 회를 준비하며 무엇에 대해 써볼까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로서 의료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한 대학병원 교수의 얘기를 전할까 합니다. 해석이나 분석은 가미하지 않고 ‘드라이’하게 그의 말을 싣습니다.

응급실 뺑뺑이, 수용 거부보단 수용 곤란 용어가 적절


일단 응급실 뺑뺑이, 수용 거부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의료진들이 꽤 많습니다. 수용 거부라는 표현에는 실제로는 진료가 가능한데 진료를 거부한다는 늬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 이유로 환자 수용이 어렵다는 점에서 수용 곤란이라는 용어가 적절하지 않나 하는 의견입니다.

최근 사태 근본 원인은 최종진료과 의료진 부족


연이은 일련의 사태 근본 원인은 배후진료과(또는 최종진료과) 의료진 부족이라고 봐야 합니다. 수술이 필요한데 수술할 의료진이 병원에 없거나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최근 얘기가 나오는 의대 정원 확대나 필수의료과 수가 인상은 사실 중장기 대책은 될 수 있어도 단기적으로는 크게 효과는 낼 수는 없습니다.

의대 증원은 최소 10년 뒤에 효과 나타나


의대 정원을 늘려서 ‘낙수 효과’를 노리겠다는 건데 정책 효과는 둘째 치고 최소 10년 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처우 개선을 하지 않고 의대 정원만 늘리겠다는 계획은 의도대로 안 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요즘은 굳이 힘든과를 하니 차라리 전문의를 하지 않겠다는 전공의들도 꽤 있기 때문입니다.

수가 잘못 건드리면 부작용 가능성…신중히 다뤄야


수가 인상은 필수의료과에 대한 지원 확대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줄 수 있기에 전공의 지원이 늘어나는 효과를 조금 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1~2차 의료기관에 있는 의료진을 3차 의료기관이나 상급병원으로 유인할 수 있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 봅니다.

수가를 높이는 것은 되레 대학병원에 있는 의사들이 돈 더 벌 수 있고 리스크가 적은 개원가로 나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수가 조정은 중증, 응급 관련 시술을 많이하거나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록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의사들끼리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개원의들도 본인 수가 올려달라고 그러는 실정입니다.

‘생명부터 살려야’ 사명감 살리려면 ‘전원 의무’ 손봐야


결론적으로 현재 있는 자원으로 최대한 쥐어 짜서 유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구급대에서 중증이라고 판단한 환자는 일단 의료기관에서 1차적으로 수용하도록 하는게 최선인데 필수의료과가 부족하다보니 최종 진료가 안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도 외상 환자 건을 보면 수도권도 부족한 상황인데 지방은 더 심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1차적으로 검사나 처치를 하고 최종 진료가 불가하면 가능한 곳으로 전원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다른 곳도 부족해 수용을 안 하니 전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료법은 전원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본인이 감당 못 할거면 다른 병원으로 보내라는 겁니다. 안 보내고 진료하다가 환자가 사망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할 수 있습니다. 실제 최종 진료는 어렵지만 응급실은 전전하고 있던 환자를 일단 수용해 소송에 휘말린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병원 선정을 못하고 응급실을 빙빙 돌면 정부 책임입니다. 그런데 병원이 환자를 어떻게든 수용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병원 책임이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진 및 중환자실 부재 등의 이유로 최종 진료가 불가한 상황에서도 부득이하게 환자를 수용했을 때는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합니다.

이것만 해결되면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한다는 사명감에 환자를 수용하려는 의료진이 적지 않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이렇게 된 게 낮은 수가, 까다로운 보호자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이대목동병원 사건 영향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열심히 진료할수록 소송에 많이 걸리면 누가 그런 부담을 지려고 하겠습니까.



응급실에 과부하 걸리면 진료시 실수 발생 위험 커져


응급실 과밀화는 만성적인 문제인데 사실 경증환자가 병원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대다수의 대형병원들도 50% 가까이 된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이는 병상이 없더라도 없는 대로 치료는 할 수 있지 않느냐, 병상이 없더라도 응급 처치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병상 부족은 단순히 응급실 내 병상이 없는 문제가 아닙니다.

20병상이 있는 응급실에 30명이 방문했다면 10명이 병상 없이 대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의료진이 응급실이 가진 역량보다 50% 더 진료를 시행해야 하고 검사를 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응급실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면 기존 환자 진료 행위에서 실수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환자 안전 때문에라도 신규 환자의 유입이나 방문, 전원을 수락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죠.

경증 환자라도 큰 병원 진료 고집하면 거부 힘들어


응급실 환자의 진료가 늦어지거나 결과가 나빴을 때 그 병원이 많은 환자를 받았다고 해서 ‘익스큐즈’가 되지는 않습니다. 현재 응급의료시스템상 환자가 직접 진료받고 싶은 병원을 선택할 수 있고 응급실은 정당한 이유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물론 경증으로 의료진이 판단하면 다른 병원 진료를 유도할 수 있지만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보겠다고 우기면 진료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구급대원에게 경증 환자 강제 이송권 부여해야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결 방안은 구급대가 경증으로 분류한 경우는 구급대원이 지역응급의료기관 이하 의료기관으로 강제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119가 대형병원으로 경증환자를 이송하는 것은 좀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증 환자가 걸어서 응급실로 오는 건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진료비를 차등 청구, 경증환자 본인 부담금을 높여 본여 과밀화를 해소하겠다고 하지만 실비 보험이 있으면 이런 정책은 무력화됩니다.

‘경증 환자는 대형병원 이용을 자제하자’는 정부 캠페인은 필요하지만 당장 큰 효과를 볼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환자들 대부분은 본인이 응급이라고 생각하고 본인 진료가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방법은 실효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일례로 응급실 보호자 출입 1인으로 제한은 예전부터 권고 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잘 지켜지지 않았죠. 그런데 응급의료법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고 나서는 확 달라졌습니다. 시민들의 의식이 변했다기 보다는 입법 후 병원이 강제로 제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환자실 병상 세이브 정책은 실효성 없어


중환자실을 응급 환자를 위해 몇 병상 비워둬야 한다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습니다. 현재도 중환자실이 부족하기 때문에 몇 개를 비워둘 수가 없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으로 하여금 응급중환자실을 강제로 만들게 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인력이 부족한 게 문제라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형병원 촉탁의 인력 구인 노력은 바람직


전공의 부족은 몇몇 필수과에서 예전부터 있어오던 일입니다. 그래도 없는 인력으로 어찌저찌 당직 돌려서 운영을 병원마다 해 왔습니다. 그런데 전공의 특별법이 생기고 나서 전공의 근무 시간이 줄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합니다.

병원들은 부족한 전공의 근무 시간을 진료지원인력(PA) 운용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PA가 의사 대신 당직을 설 수는 없습니다. 결국 전문의나 교수가 당직을 더 서야 하는 상황이고 이들이 ‘번 아웃’되니 더 이상 운영이 안되는 것입니다.

전공의를 대신할 전문의(또는 교수진)를 더 뽑아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단 시간에 쉽게 해결할 수는 없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대형병원이 촉탁의 형태로 인력 구인을 많이 늘리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현재 병원이 취하고 있는 방식은 맞는 방향인 것 같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