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 플랫폼 ‘이프랜드’가 해외 이용자 비중을 빠르게 늘리며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뒤이어 해외 진출에 나선 한편 KT는 인공지능(AI)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면서 이동통신 3사의 메타버스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프랜드의 해외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전체의 20% 가까이를 차지했다. 글로벌 출시 직후인 지난해 말 10%남짓이던 해외 비중이 6개월만에 2배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SK텔레콤이 자체 집계한 이프랜드의 전체 MAU는 지난해 12월 370만 명에서 지난달 400만 명대 초반으로 소폭 증가했다. 단순 계산하면 해당 기간 해외 MAU는 약 40만 명에서 80만 명으로 늘었다. 이용자 유입 대부분이 해외에서 이뤄진 셈이다.
MAU 2000만 명과 해외 비중 95%를 달성한 네이버 ‘제페토’처럼 SK텔레콤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해외 사업 강화를 통해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에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소를 통해 아이템 거래와 인플루언서 후원 등이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도입해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설 계획인 만큼 SK텔레콤으로서는 지속적인 이용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 시스템과 연계해 개인공간 꾸미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요소가 가미된 ‘이프홈’ 기능도 지난 5월 추가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북미·유럽·아시아 등 49개국에 글로벌 버전을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기존 메타버스와 달리 이프랜드는 워크숍과 조(組)모임 등 실용적인 쓰임새로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며 “동남아에서 한류와 결합하는 식으로 해외에서도 지역별 특화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개발을 위해 일본 NTT도코모, 독일 도이치텔레콤, 미국 티모바일US 등 주요 통신사들과 손잡았다.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와 KT도 추격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19일 아동용 메타버스 ‘키즈토피아’의 영어 버전을 출시하고 연내 북미·동남아·일본·유럽 등에 순차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언어 지원을 넘어 생성형 AI를 탑재한 가상 캐릭터(NPC)가 챗GPT처럼 능숙한 영어 대화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아동 교육·놀이·체험을 돕겠다는 게 회사의 특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미국 AI기업 ‘인월드AI’와 손잡았다. LG유플러스는 키즈토피아처럼 이용자 범위를 좁히는 대신 사용성을 키우는 ‘버티컬 전략’에 따라 대학(유버스)·직장(메타슬랩)용 메타버스도 내놓고 고도화 중이다.
KT ‘지니버스’의 무기는 하반기 상용화를 앞둔 자사 초거대AI 모델 ‘믿음’이다. 지니버스에 초거대AI를 도입해 LG유플러스처럼 이용자와 대화·상담을 할 수 있는 AI NPC를 만들 계획이다. 이용자의 대화에서 맥락과 감정을 분석해 배경 이미지 등 개인 맞춤 콘텐츠를 자동 생성해주는 ‘AI밈(MIM)’도 준비 중이다. 앞서 KT는 이용자가 사는 집 주소를 입력하면 도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니버스에 똑같은 집을 만들어주는 ‘AI 홈트윈’을 지니버스에 선보였다. KT는 AI를 통해 지니버스를 고도화한 후 경쟁사들처럼 글로벌 진출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통 3사에게 메타버스는 통신사업 의존도를 줄이는 ‘탈(脫)통신’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놓칠 수 없는 신사업이다. 로블록스·제페토 등이 크게 앞서고 있지만 여전히 급성장이 기대되는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이 지난해 685억 달러(약 90조 원)에서 2030년 1조 3000억 달러(약 1700조 원) 규모로 연 평균 44.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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